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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깊고 감칠맛 나는 냉면 전문점, 동두천시 청수면옥

by jeff's spot story 2024. 3. 7.

날이 더운 것은 아니지만 냉면 매니아라면 이런 겨울이 더 냉면을 먹기 좋은 계절이라 생각 할 것이다. 물론 얼음이 동동 떠 있을 정도로 차가운 육수에 단단하게 굳어진 면을 먹다 보면 저절로 몸에 한기가 스며드는 기운이 들지만 그래도 이 알싸하고 시원한 이한치한의 유혹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냉면을 제대로 만드는 맛집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그 육수나 면에는 오랫동안 경륜을 쌓고 실력을 닦은 전문가의 숨결이 서려 있는 것 같다. 우연히 검색을 하다 동두천에 그런 내공을 가진 냉면집이 몇 집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날은 그 중에 가게 이름이 맘에 드는 이집 청수면옥을 찾아 가기로 했다. 


포천에서 가자면 새로 선단동에서 뚫인 신작로를 따라 그냥 직진만 하면 이집이 나온다. 어쩌면 포천의 북쪽으로 가는 시간보다 옆 동네인 동두천으로 오는 것이 더 시간적으로 빠르긴 하다. 송우리에서 불과 20분 정도면 동두천의 이 청수면목에 올 수 있다. 그런데 흡사 이집은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하긴 청수 라는 이름을 가진 냉면집들이 많긴 하다. 아마 그런 이름 때문이었을까? 아주 익숙한 분위기 였다. 하송우리 사거리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냉면집이 있다. 서울에서도 더러 본 것 같다. 맑은 물이라는 상호는 냉면과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우리는 늘 그렇듯 마눌은 회냉면을 나는 물 냉면을 주문했다. 시간이 오후 세시쯤이었기 때문에 가게 안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앉아 있노라니 어찌나 많은 손님들이 몰려 오던지... 나이 많은 사람부터 젊은이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참 다양한 사람들이 냉면맛을 보기 위해 이집을 찾고 있었다. 육수를 먼저 내어 주는데 그 맛도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뭐지? 이 느낌은 어디선가 분명 경험 한 적이 있는 것인데... 그렇게 얼마 안 있어 냉면이 나왔는데 비주얼이 정말 많이 본 것이었다. 그렇다. 선단동에 있다가 지금은 없어진 동천면옥의 냉면과 너무 흡사했다. 고기를 찢어주는 모양도 그렇고, 회냉면의 가오리 모양도 그렇고 바로 그 가게의 냉면이었다. 


분명 없어진 동천면옥과는 뭔가 관계가 있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제지간 이거나 집안이거나 아무튼 이렇게 똑 같은 비주얼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기술을 이전한 것이 분명했다. 맛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분명 비슷한 맛이었다. 물론 이집이 더 깊은 내공이 있었다. 하긴 동천면옥도 맛이 훌륭했었다. 마눌의 회냉면에 들어간 가자미의 간이 좀 신맛이 강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건더기도 많고 맛이 좋았다. 함흥냉면의 면은 정말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평양냉면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일 것이다. 도저히 내 이빨로도 그냥 끊어 먹기가 쉽지 않았다.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냉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을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수월하게 먹기 위해 우리는 과감하게 가위질을 했다. 


특히나 내 물냉면은 차가운 육수에 쫄깃한 면이 담겨 있어 더 심하게 질겼다. 아무리 젖가락으로 휘휘 저어도 도무지 이 면발이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그냥 도구의 힘을 빌려야 한다. 물냉면의 육수는 정말 훌륭한 것이었다. 아마 내가 먹어본 함흥냉면 집 중에서는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내공있고 깊은 맛이 나는 육수였다. 아마도 소고기와 동치미를 섞은 것 같은데 그 맛이 정말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마눌도 나름 회냉면에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물냉면이든 비빔냉면이든 그 맛의 오묘한 정도가 있다. 덜하지도 과하지 않은 그런 정도, 중용의 맛 말이다.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 깊이 있는 맛을 낸다는 것은 정말 기술이요, 재주다. 정말이지 오랫만에 냉면다운 냉면을 먹은 것 같다. 이런 정도의 깊은 맛이라면 아마 동두천으로 자주 여행오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 같다. 누군가 동두천이 면적은 넓지 않지만 맛집은 단위 면적 당 정말 많다고 했는데 그말에 다시 수긍이 간다. 바로 옆 동네에 이런 훌륭한 맛집이 많다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일 것이다. 즐거운 맛집 여행을 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