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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가성비 좋은 서민들의 맛집이라는 삼치골목 ,인천시 동인천 도란도란 삼치구이집

by jeff's spot story 2024. 3. 7.

그전부터 여기가 그렇게 좋다면서 가자고 손을 잡아 끌던 동생이 있었다. 인천에서 자란 이 친구는 어릴적 추억에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이 골목이 그렇게 생각났는가 보다. 부산에서 유명했다는 고갈비 처럼 삼치 구이 역시 서민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주는 고마운 음식일 것이다. 동인천에 있는 삼치골목을 가 본적은 없지만 과거 종로3가 와 4가 일대에 있던 뒷골목 생선구이 집들처럼 정겹고 저렴하고 인심이 푸짐할 것이라 생각했다. 말로만 듣던 삼치 골목을 이번에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인천을 자주 가보지 못한 나는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모르지만 동인천의 비교적 오래된 구 시가지 근처 어디라고 했다. 


인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지에서 이 골목의 유명세를 알고 많이들 찾아 온다고 했다. 사실 삼치는 아주 대중적인 생선으로 결코 값비싼 고급 어종이라 하긴 어려울 것이다. 고등어나 꽁치나 임연수처럼 보통 사람들이 많이 먹어 온 그리고 아주 익숙한 생선일 것이다. 등푸른 생선 중에서 덩치가 큰 편인 삼치는 우리나라에서 잘 잡히지 않는 생선이 되었다. 기후 변화인지 그저 시대의 흐름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그래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수입을 한다해도 역시 값이 저렴한 생선이다. 등푸른 생선이 대부분 그렇듯 비린내가 좀 나긴 하지만 그 고소한 맛은 참 일품이다. 이집은 그런 삼치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지만 이런 저런 다른 메뉴들도 아주 많은 마치 김밥천국 같은 그런 주점이었다.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다는 동생의 진두지휘 아래 주문이 이루어지고 인천의 내고장 막걸리라는 인천 막걸리까지 주문했다. 고갈비와 막걸리를 즐겨 먹듯 여기도 삼치 구이와 막걸리를 주로 먹는다고 했다. 기름진 생선구이와 막걸리의 조화는 홍어삼합과 막걸리처럼 참 잘 어울리는 조화다. 하지만 삼치만으로 장정 다섯명이 배를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른 서브 메뉴들도 주문해야 했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정도 였는데 그 시간에 벌써 두 테이블의 손님들이 마치 밤 10시 인 것처럼 거나하게 취해들 있었다. 말 그대로 주당의 천국인 셈이다. 그들의 그 취기어린 벌건 얼굴과 다소 과한 큰 목소리가 왠지 부럽기까지 했다. 에이 얼른 우리도 막걸리 마시고 저렇게 변해 버리자.... 


그래서 결국 만나게 된 인천의 삼치구이는 처음 내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이런 이것은 구이가 아니라 튀김이었다. 요즘 유행한다는 팬 위에 식용유를 마치 튀김만들 듯 듬뿍 넣고 그 위에 야채튀김이나 오징어 튀김처럼 튀기 듯이 굽는 그 생선 요리였다. 아~ 이건 아닌데... 내가 생각한 삼치 구이는 연탄불 위에 어머니가 구워 주시던 자반 고등어 같은 것이었는데... 이런 튀김 같은 생선이 아니라 담백하고 비린내가 폴폴 나는 생선 그 자체였는데... 물론 내가 말하는 방식으로 생선을 굽게 되면 힘도 들고 비린내도 많이 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생선 구이는 그런 것 아니었나? 종로통에서 일을 할 때도 늘 아주머니들이 연탄불 위에 석쇠를 뒤집어 가면서 탁탁 소리 내고 굽던 것이 생선구이였는데 여기는 마치 휘경동의 파전처럼 튀겨 내왔다. 


개인적인 취향 탓 일 수 있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서브 메뉴로 주문한 것이 순두부 찌개와 두부김치였다. 개인적으로 내 생각엔 막걸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사실 김치라고 본다. 거기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이라면 김치를 보슬 보슬 잘 볶아서 두부와 함께 먹는 것이리라. 순두부 찌개 역시 별 것 들어가는 것 없이 늘 입맛을 당기는 가장 서민적인 음식 중에 하나고 동생 하나가 원해서 주문한 계란 말이 역시 언제든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이런 정겨운 음식이 돈을 내고 먹는 식당에서 만나면 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오래된 친구를 우연히 식당에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의 아쉬움을 알았는지 동생들은 먼저 먹으라고 두부 김치를 내쪽으로 밀어 주었다. 사실 막걸리 몇 사발이면 금새 배가 불러 별 다른 안주 생각이 나지 않기는 한다. 하지만 그래도 막걸리 한 잔 쭉 들이키고 나면 그 달달함 뒤로 찾아 오는 알 수 없는 약간의 허전함이 있다. 분명 풍만하고 꽉찬 맛이기는 하지만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이라 해도 조금 더 눕고 싶은 마음처럼 그런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그럴 때 충분히 볶아져 달달하고 고소한 김치와 두부를 함께 젖가락 사이에 넣고 들어 올리면 그 부족함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따지면 막걸리 보다 훨씬 비싼 두부김치가 주인공인지 막걸리가 주인공인지 잘 모르겠다. 누가 주인공인지 알아서 뭣하랴? 둘 중에 누가 더 개런티를 많이 받는지 궁금해 하기 보다는 나의 그 아쉬움을 채워줄 한 젖가락이 더 간절한 것을... 


이날은 정말 안주빨의 끝판왕 같은 날이었는데 그 와중에 동생 하나가 옛 추억이 그립다는 되지도 않는 변명에 기대 정말 초등학교 이 후로 거의 먹은 적이 없는 소시지구이를 주문했다. 계란옷을 입힌 성분 중에 밀가루가 대부분인 그 저렴한 색소 들어간 소시지를 후라이팬에 올려 튀기듯이 굽는 그 소시지 구이 말이다. 어릴적 이 반찬을 싸오는 친구는 그 시간 다만 몇 십분이라도 반 아이들을 호령하는 황제가 될 수 있었다. 그 소시지 구이 한 점이라도 얻어 먹으려면 평소 하지도 않던 칭찬이라도 해야 했다. 그런 추억을 되새기며 소시지 구이를 한 입 먹어 봤으나 역시 추억은 추억일 뿐 현실적인 맛으로 다시 다가 오지는 않았다. 내가 딱 한 점 먹고 젖가락을 내려 놓자 동생 하나가 재빨리 가자미 구이를 주문했다. 이제 됐는데 하면서도 그 싫지만은 않은 동생의 결단이었다. 어짜피 기름에 튀기듯이 굽는 생선이라면 이렇게 흰살 생선이 더 잘 어울린다. 가자미나 임연수가 더 어울릴 것이다. 


아무튼 참 뽀지게 거하게 잘도 먹었다. 이렇게 먹어도 값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던 동생의 얼굴이 조금 잿빛으로 변할 정도로 우리는 참 잘 먹었다. 가만히 보니 인천이 참 서민적인 동네같다. 역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대도시 답게 여긴 골목 하나, 길거리 하나 예사로운 곳이 없다. 참 즐거운 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