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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우연히 들린 빵집에서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포천시 일동면 언제나 빵긋

by jeff's spot story 2024. 3. 6.

드라이브 삼아 여기 저기 돌아 다니다 일동까지 가게 되었다. 주말 일동 시내는 활기가 있었다. 다소 추운 날씨였지만 군사지역답게 군인들이 많았다. 사람, 특히 젊은 사람이 귀한 요즘 이렇게 군인들과 면회객들이 함께 다니는 모습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번잡하다 보니 주차할 만한 곳이 없었다. 일동 도서관 근처까지 가서 겨우 차를 세우고 어딜 갈까 기웃거리다 이집을 발견했다. 체인점 빵집도 아니라 자기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동네 빵집이었다. 가게 이름은 정말 특이했는데 '언제나 빵긋'이다. 

 

날씨가 쌀쌀했기 때문에 우린 일단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 보니 앉아서 빵을 먹는 곳이라기 보다는 테이크 아웃을 하는 가게 같았다. 하지만 염치 불구하고 일단 자리 잡고 앉아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출출한 오후 달달한 빵과 향긋한 차 한 잔은 분명 위로가 되는 먹거리다. 다만 개인적으로 빵을 그닥 즐기지 않기 때문에 빵 고르는 사람 뒤에서 졸졸 따라 다녔다. 빵의 모양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여기도 크라운베이커리 같은 대형 빵집과 비교하여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손님들이 다 사간 것인지, 원래 조금 만들어 놓는 것인지 빵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여러 빵 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은 쁘띠치즈롤이라는 빵이었다. 뭐랄까 눈 송이에 노랑 치즈를 박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왠지 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한 두개 정도 차와 함께 먹으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것을 첫눈에 반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식과 사람도 이렇게 궁합이 맞을 경우가 있다. 평소 빵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사람이 이 작은 빵에 왠지 맘이 끌리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몇 개의 빵을 집어 들고 차와 함께 자리에 앉아 먹기로 했다. 

 

따뜻한 케모마일 차와 콤부차가 우리의 주 메뉴였다. 거기에 지금까지 골라 놓은 빵을 함께 먹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식사는 아니다. 간식이라 하기엔 좀 양이 많기는 하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식사같은 간식? 간식같은 식사? 암튼 밥과 간식 중간쯤 어디에 있을 법한 그런 먹거리를 앞에 두고 우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뭔 소리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의 늘 그렇다. 먹은 것만 생각나지 뭔 소리들을 그리 했는지 잘 모르겠다. 항상 먹은 것만 기억이 난다. 

 

그런데 첫 눈에 반한 쁘띠치즈롤이 정말 일을 낼 녀석이 맞았다. 거의 단맛 없이 치아바타 같은 느낌의 빵인데 엄청 부드러웠다. 그리고 눈처럼 박힌 치즈가 정말 쁘띠였다. 폭신하고, 덜 달고, 부드러운 깊은 발효빵의 맛이었다. '이거 정말 의외인데~' 싶을 정도로 주인장의 빵 만드는 실력은 포스가 있었다. 일동에서 이런 빵의 고수를 만나다니... 정말 오랫만에 맛난 빵을 먹어봤다. 나올 때 결국 쁘띠치즈롤과 식빵까지 더 구입하고 말았다. 하지만 참 기분이 좋았다. 이런 실력에 '영업만 잘 한다면 빌딩을 사겠다.' 싶은 그런 괜찮은 집을 만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