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3대 막국수라 하는 원조 남부 막국수 집을 다녀왔다. 하긴 춘천에 원조가 아닌 집이 별로 없긴 한데 아마도 이집은 그 중에서도 전통과 맛을 자랑하는 집인 것 같다. 왜인지는 몰라도 똑같은 이름의 막국수 집이 포천시 창수면에도 하나 있다. 처음 창수면의 남부 막국수집에 갔을 때 신기하게도 막국수에 고추가루를 뿌려 주어 참 희안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런 방식이 이곳 전통을 자랑한다는 춘천의 막국집에서도 똑같이 나온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인지 가게 안은 한산한 편이었다. 이젠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라 따끈한 면수가 참 반가웠다. 속초에서 논스톱으로 이곳까지 거의 두시간 정도 걸려 왔으니 몸도 찌뿌둥하고 배도 고프고 날은 을씨년스럽고 그래서 이 한 잔의 면수가 더 입에 착 감기는 느낌이었다. 원조 집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세월의 포스가 그대로 뭍어 나고 대통령도 왔다간 집이라는 문구가 참 올드 하면서도 정겹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둘러 막국수를 두 개 주문했다. 이집은 원조집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비빔이나 물의 구분이 없다. 그저 나오는 막국수에 육수를 덜 부으면 비빔이 되는 것이고 나처럼 물을 많이 부으면 물 막국수가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포천에도 철원막국수가 이런 방식으로 음식이 나온다. 늘 그렇듯이 물을 조금 덜 붓는 사람도 있고, 넘칠 정도로 듬뿍 부어서 먹는 사람도 있다. 막국수 면 위로는 특이하다는 비주얼의 고추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면을 먹는 동안 고추가루의 존재는 그렇게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육수를 부어 면을 휘휘 젓는 과정에서 이미 고추가루들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주 담백해 보이는 첫 인상과 달리 육수를 부으니 기름이 띠 처럼 둥둥 떠 올랐다. 아마도 참기름 같은 것을 넣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면발과 툭툭 끊어지는 찰기, 적당하게 과하지 않은 양념 이런 것들이 과연 이집이 원조가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다만 삶은 계란이 반쪽이 아니라 여기는 1/4쪽이 나왔다. 음 뭐 계란을 먹으러 온 것은 아니니 그건 크게 개의치 않지만 그래도 좀 기왕 하시는 것 반쪽은 주시지 싶은 생각은 들었다.
비교적 단맛이 강한 포천의 남부막국수보다는 이집이 아마도 더 원조겠지만 크게 달지 않으면서 입에 닥 붙는 잘 된 양념이 참 인상적이었다. 일행도 이집 막국수가 맘에 들었는지 춘천에서 먹어 본 막국수 중에 제일 낫다는 평까지 했다. 나처럼 육수를 듬뿍 넣어 먹으면 양념과 육수의 조화를 특히 신중하게 볼 수밖에 없는데 그점에서도 이집의 양념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정말 딱 그 정도라는 말이 맞는 전문가적 포스가 물씬 풍기는 그런 맛이었다. 이곳이 춘천경찰서 부근이고 터미널도 멀지 않은데 왜 우리는 그동안 이쪽에서는 놀지 않고 꼭 명동쪽으로만 갔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이집의 맛이 맘에 들었다. 앞으론 아마도 춘천에 오면 이쪽을 먼저 들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원조 중에 원조라는 말이 맞구나 하는 공감이 되는 참 맛난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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