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번 국도변에 있는 이집은 지나면서 엄청 오랫동안 봐온 곳이다. 간판에 적힌 메뉴가 돈가스와 떡볶이라는 것 때문에 한동안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둘 다 그닥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푸짐하고, 가성비가 좋아 점심 시간에는 자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확인 차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거기에 떡볶이를 즉석으로 만들어 먹는다니 시중에 있는 자극적인 단짠맵이 아니라 직접 구수하게 만들면 될 것 아니냐는 속셈도 있었다. 아무튼 두 번이나 헛탕을 치고 나서야 드디어 입성에 성공했다.
이번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인데 여기는 푸페식으로 계속 음식을 갖다 먹을 수 있는 방식이란다. 주력인 돈가스를 많이 튀겨 놓은 것이 아니라 적당량을 계속 즉시 만들어 내어 놓는 정성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맘껏 먹으면서 성인 한 사람이 12,000원이면 아주 좋은 가성비라 하겠다. 일단 식당 안에 들어가면 자리를 잡고 나서 본인이 먹을 음식들을 셋팅해야 한다. 떡볶이를 먹을 사람이라면 떡 종류도 고르고, 토핑도 고르고, 양념과 양조절도 본인이 할 수 있다. 물론 물을 넉넉하게 잡으면 라면사리도 넣어 먹을 수 있다. 이런 비슷한 방식의 식당이 있지 않던가?
푸짐하고 넉넉한 대신 음식을 남기면 벌금이 8,000원이란다. 그리고 이런 문구도 있다. 진짜 벌금을 받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한 사람은 떡볶이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돈가스와 튀김, 그리고 밥이나 메밀면을 적당히 고를 수 있다. 아마 처음 이 집에 간 사람이라면 이런 이곳의 방식에 조금은 당황 할 수도 있겠다. 뭐부터 해야는데 주인장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여기는 다 먹은 그릇도 손님들이 치워야 하는 완전 셀프 방식이다. 가격이 좋으니 이런 불편함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셋팅을 하게 되면 드디어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게 된다. 우리를 비롯해 손님들이 모두 부산하게 움직이며 자기 먹을거리를 잘들 셋팅했다. 우리는 떡볶이와 메밀국수 그리고 튀김과 돈가스... 밥 빼고는 모두 가지고 온 셈이다. 나중에 보니 단골들은 떡볶이를 다 먹은 후에 그 국물에 밥을 볶아 먹기도 하는 것 같았다. 역시 자주 온 사람들은 나름의 루틴이 있다. 비록 부페식이라고는 하지만 떡볶이를 즉석에서 만들어 먹으니 맛도 괜찮았다. 보통 부페 음식하면 만들어 놓은지 좀 된 것들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에피타이저로 먹을 스프까지 있으니 제대로 된 구색은 다 갖추고 있다. 잘익은 떡볶이와 튀김은 어느 분식집에서나 늘 인기가 좋은 아이템 아닌가? 어느덧 식당은 만석이 되었고, 우리 역시 즐겁고 맛나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 조금 덜 달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우리가 직접 만든 것이니 그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다만 메밀면이 냉장고에 들어 있어 한 번 데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이런 가성비에서 더 뭘 바라겠는가? 즉석 떡볶이가 먹고 싶다면 다른 것 다 무시하고 여기서 떡볶이만 주구장창 먹어도 이득이 될 것 같다.
돈가스는 그리 크기 않은 아담사이즈이다. 그래서 칼도 필요없지만 그래도 뭔가 썰어 먹는 기분이 좋아 조그맣게 잘라 먹었다. 전체적으로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아이템들이다. 하지만 식당 안에 나이든 손님은 거의 없었다. 군인들이나 학생같은 젊은이들 일색이었다. 역시 이 메뉴가 그렇구나... 아재들은 아무리 푸짐하다 해도 이런 곳에 잘 오지 않는구나. 음식으로도 세대별 선호도가 분명히 있는 법이다. 나중에 떡볶이를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과 어디 가게 되면 여길 추천해야 겠다. 분명 만족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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