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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여행길에 만나는 부담없는 분식으로 때우는 든든한 점심 한 끼, 인제군 기린면 33떡볶이 & 꼬마김밥

by jeff's spot story 2025. 1. 30.

정말 오랫만에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로 속초에서 춘천으로 길을 잡았다. 눈이 많이 내린 탓도 있지만 바보같은 네비가 이상한 길로 안내하는 바람에 엄청난 눈발을 만나 고생한 끝에 겨우 안정을 찾아 돌아가던 길이었다. 이렇게 폭설이 내리는데 왜 네비는 산길로 가라고 했을까? 감정이나 정황 판단 능력이 없는 네비탓을 해서 뭐하리요... 산길에서 눈과 씨름하다 1시간이나 흘러 버렸고, 점심 때는 지났고, 배는 고프고... 그런 상황이었다. 그냥 가는 길에 뭐라도 먹어야 했다. 다행히 우리는 인제에 다달았다. 여긴 제법 규모가 되는 시내가 있고, 식당이 있으리라.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 사람들은 식당을 잘 가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이집을 발견했다. 너무나 반가웠다. 이름은 33떡볶이와 꼬마김밥이라는 식당이었다. 나중에 보니 이것도 체인점이긴 했는데 처음 보는 브랜드인지라 여기만 있는 식당인줄 알았다. 아무려면 어쩌랴... 일단 요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눈발이 예사롭지 않은 오후였지만 서둘러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원래 떡볶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요즘은 너무 달고 맵고 하여 기왕이면 김밥 위주로 먹기로 했다. 

 

요즘은 떡볶이 집이라 하여 특별히 저렴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물가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다. 꼬마김밥 네 줄과 우동, 쫄면 이렇게 주문한 것이 18,000원 이었다. 이러면 그냥 국밥 한 그릇씩 먹는 것이나 값에서 차이가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한가득 내리는 소담스런 눈을 보면서 김밥과 우동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던지... 이집의 꼬마김밥은 꼬마김밥 계에서는 제법 덩치가 큰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들어간 내용물도 꽤나 있다. 그냥 단무지 하나 들어간 송우리의 꼬마김밥 집과는 좀 차이가 있다. 

 

당근과 계란과 단무지가 모두 들어 있었다. 값이 좀 나가는 시그니쳐 우동은 고명으로 들어간 내용물이 다채로웠다. 그득한 유부와 다양한 모양의 오뎅이 푸짐했다. 그리고 국물이 일본식 우동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뭔가 이질적인 그런 맛이었다. 물론 뜨끈한 국물의 풍미가 훌륭했다. 이렇게 추운 계절에 먹는 우동은 그 자체로 은혜로운 법이다. 함께 나온 쫄면은 우리에겐 추억의 음식이다. 연예하던 시절 정말 자주 먹었던 음식이다. 우리는 왜 그 시절에 쫄면을 그리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나면 거의 늘 쫄면을 함께 먹었다. 그것도 아주 맛나게 말이다. 

 

그저 평범한 분식집의 메뉴들일 수 있다. 하지만 허기진 나그네에겐 너무나 푸짐하고 감사한 한 끼였다. 먹는 내내 쏟아져 내리는 듯한 무지막지한 눈발을 보면서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어찌보면 창밖의 풍경이 아름다울 수도 있었지만 운전을 하고 150km을 더 가야 하는 나그네 눈에는 그냥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였다. 오늘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고생을 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맛난 음식으로 속을 채웠으니 가다가 낭패를 당해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가 그런 역관 같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