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중면의 영평천은 그 풍경이 정말 아름답고 수려하다. 인근에 축사들이 많아지면서 악취가 심해 그런 풍경의 아름다움이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아직도 그 멋진 비주얼에 반하곤 한다. 오죽하면 조선시대 유명한 문장가들이 앞다투어 이곳을 지나며 시 한 수를 짓곤 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영평천 변에 이집이 있다. 이름하여 '옥합식당'이다. 칼국수가 전문인 집이지만 여름엔 콩국수로 더 유명한 곳이다. 이집의 콩국수는 인근에 소문이 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지나기만 하다 이날 드디어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콩국수와 멸치 칼국수를 주문했다.




인근에 부대가 많아 손님들 중에는 군인들이 상당수 있었다. 콩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12,000원이다. 다른 집들에 비해 분명 비싼 가격이다. 가성비까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단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넓직한 실내지만 아주머니 한 명이 서빙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들어서자 마자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결제까지 한 다음에 자리에 가서 앉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주문하고 들어가 앉으면 알아서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오더라는 것이다. 이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어찌 다 꿰고 있을까? 우리가 들어가 앉을 때까지 멀리서 쳐다보면서 추적을 하는 것일까?




먼저 멸치로 국물을 우려낸 칼국수가 나왔다. 면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힘든 일 하는 아재들도 다 먹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양을 자랑했다. 과연 우리는 이것을 다 먹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달달한 김치와 깍뚜기에 자꾸 손이 가서 두 번이나 셀프로 보충해야 했다. 멸치 국물이 잘 우러난 육수는 마치 잔치국수를 먹는 것 같은 식감이었다. 요즘 칼국수는 사골 국물로 만드는 것이 대세다 보니 이렇게 익숙하고 친근한 맛의 멸치 육수를 만난 것이 더 반가운 것 같다. 면보다는 확실히 국물이 맘에 들었는데 뜨거운 여름철이지만 이렇게 가끔은 속을 달래주는 뜨끈한 국물도 필요한 법이다.




부드러우면서 다소 굵은 면발은 칼국수의 전형적인 비주얼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콩국수가 나왔다. 처음엔 좀 놀랐다. 콩국수 라기 보다는 콩스프 라고 해야 할 정도로 걸죽한 국물이었다. 너무 진득하여 면을 건지기도 힘들 정도였다. 과연 콩의 이런 진한 맛은 여름철에 즐기는 것이 최적이다. 나중엔 물을 조금 넣어야 할 정도로 아주 진득한 국물에 자꾸 숟가락이 갔다. 미리 간을 했는데 간간한 맛이 있어 따로 소금을 넣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사실 콩국수에는 다른 어떤 고명도 양념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간간한 소금 조금 넣고 고소한 콩국물을 머금은 면발을 후루룩 마시듯 즐기면 된다.




칼국수 면과 달리 콩국수는 일종의 중면 같은 굵기의 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소면이나 중면으로 만든 콩국수보다 칼국수나 중국집의 우동면 같은 다소 굵은 면발을 더 좋아한다. 아마도 어릴적 처음 콩국수를 접한 곳이 중국집이다 보니 이런 습성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이 이런 중면이라 하겠다. 망향국수 집에서 먹었던 바로 그 식감의 면발인데 너무나 걸죽한 국물 때문에 온통 면에 국물이 붙어 한 번 들어 올리는데 힘이 들 지경이었다. 말 그대로 국물 머금은 면발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졌다. 이런 맛을 보기 위해 우리는 먼 길을 운전하고 찾아오는 것이겠지... 올 여름은 건강하게 날 아이템 하나를 더 챙긴 기분이었다.

'맛있고 행복한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진정한 강원도 막국수의 내공을 만끽할 수 있었던 맛난 한 그릇, 인제군 인제읍 합강막국수 (0) | 2026.06.30 |
|---|---|
| 깊은 맛의 민물 매운탕 국물에 빠져 정신없이 먹게 되는 곳, 포천시 소흘읍 동강 매운탕 (0) | 2026.06.26 |
| 오랫만에 찾은 속초에서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생선회로 저녁을 먹는다. 속초시 조양동 마지하리 (0) | 2026.06.25 |
| 볼 것 많은 국도 여행길에 또 다른 즐거움은 맛난 식당이다. 파주시 월롱면 말랭이 국수와 왕돈까스 금촌점 (0) | 2026.06.20 |
| 포천에선 보기 드문 신선한 스시를 맘껏 먹을 수 있는 회전 초밥집, 포천시 포천동 백쉐프 스시 (0) | 2026.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