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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고박사 냉면에서 고복수 냉면으로 상호를 변경한 전통의 냉면집, 평택시 고복수 냉면

by jeff's spot story 2024. 3. 8.

여동생이 평택에서 대학을 다녔었다. 학기가 끝날 때면 오빠라고 녀석의 짐을 싣어주기 위해 본의 아니게 평택을 몇 번 다녀 온적이 있다. 지금은 가장 친한 후배 한 사람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엔 내가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는 맛있는 냉면집이 있다. 바로 고박사 냉면이 그집이다. 우린 군산으로 여행을 가면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했기 때문에 계절적으로 너무나 끌리는 이집을 다시 방문해 보기로 했다. 동생 짐을 싣으러 다녔던 그 시절과 우리의 신혼여행 때 들린 그 시절 이후로는 이곳을 가본적이 없기 때문에 살짝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꼈다. 


가보니 예전에 있던 자리에서 지금의 장소로 이전을 해 있었다. 고박사 냉면이라고 상호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가보니 고복수 냉면이란다. 음.... 내가 이름을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아님 이름이 바뀐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이곳이 내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그 집이 맞는다고 했다. 내 기억 속에 고박사 냉면은 시내 한 복판에 있었고, 평양냉면 스타일의 굵은 면발을 내오는 집이었는데 일단 장소는 변한 것이 맞고 과연 냉면은 어떨지 너무 기다려졌다. 


회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회냉면을, 언제나 일편단심 물냉면도 주문했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이렇게 굵은 면발의 평양냉면식으로 내오는 집에선 절대 비빔냉면은 주문하면 안 된다. 아마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우린 그렇게 취향대로 냉면을 주문했다. 한창 냉면을 먹을 시절이고 때도 마침 점심무렵이라 어쩌면 줄을 서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이곳으로 왔지만 2~3분 정도만 기다리고 바로 우리 자리가 나는 행운이 있었다. 그렇게 20여 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 온 이곳에서 다시 20년 같은 10여 분을 기다린 뒤 드디어 고박사 냉면과 조우하게 되었다. 나는 이 냉면 한 그릇을 받아든 순간 바로 그 시절의 생각 속으로 빠져 들 수 있었다. 그래 맞다. 이곳은 물냉면이 정말 일품이었지...


물론 알싸한 양념의 비빔냉면이나 회냉면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역시 시그니쳐 메뉴는 바로 이 물냉면이라 할 것이다. 거기에 약간의 식초와 내 경우엔 듬뿍 넣는 편인 겨자를 넣고 살살 섞어 주면 영혼을 위로하는 기억 속의 그 맛이 드디어 완성된다. 물냉면의 육수는 역시 내 생각대로 양짓머리 고기육수와 동치미 국물이 주된 것이었다. 적당히 섞인 그 맛은 시원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물냉면 육수 맞다. 


회냉면의 경우 비빔냉면에 홍어회를 조금 얹어주는 것인데 가격 대비 조금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양념 속에 소고기 고명이 듬뿍 섞여 정성이나 재료를 아끼지 않는 마음씀은 알겠는데 뭐랄까 좀 가볍다고 할까 2% 부족한 그 무엇인가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여는 집들보다는 훌륭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이곳은 직접 가게 앞에서 떡갈비를 구워주기도 하는데 냉면만 전문으로 파는 곳은 아니지만 역시 여기 오는 이유는 나같이 냉면 때문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먼 기억속을 더듬어 다시 찾은 이곳의 물냉면은 내 영혼을 적셔주는 한없는 위로의 선물 같은 것이었다. 이 갑작스런 더위 속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그런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