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불금이라는 지난 금요일 송우리에서만 너무 회동을 갖는다는 불만들이 많아 세사람이 사는 의정부에서 불금 회식을 하기로 했다. 의정부 어디에서 먹느냐에 따라 분명 선호도가 갈리겠지만 나는 금오동이 제일 좋다. 집에서 그중 제일 가깝기도 하지만 거기가 익숙하고 좋아하는 아이템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핫 한 동네라는 민락동으로 가자는 의견도 많았고, 규모는 작지만 나름 먹자골목이 발달한 신곡동의 동오마을 근처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다 1차를 사는 사람이 원하는 장소로 간다는 원칙에 따라 모처럼 동오마을 근처로 가기로 했다.
10여 년 전쯤 이 부근에 사무실이 있었던 나는 나름 이 동네가 제법 눈에 많이 들어오는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하긴 내가 일하던 사무실이 어디 여기 뿐이랴... 서울에서도 창동, 우이동, 도봉동, 종로, 삼선교, 신설동, 불광동 참 여기 저기 많이도 돌아 다녔다. 그러고 보니 부자동네는 없고 다 서민 동네 뿐이긴 하네... 암튼 이곳 동오마을에서 여러번 술 잔을 기울인 적이 있어 금새 갈만한 곳을 찾을 줄 알았는데 막상 돌아다녀 보니 누구는 회를 싫어하고, 누구는 고기를 싫어하고, 요즘 조개류는 위험하다고 하고, 족발은 이번주에만 두 번이나 먹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마땅히 갈 만한 곳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눈에 쏙 들어 온 곳이 바로 막걸리에 전을 먹을 수 있는 바로 이집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녹두 빈대떡이 정말 먹고 싶었다. 거기에 무교동 골뱅이라는 문구에 끌려 골뱅이 무침도 주문했다. 막걸리와 골뱅이 무침이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종을 막걸리로 한다는 대원칙을 정했기 때문에 안주야 약간은 탄력적으로 선택해도 크게 선호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노릇 노릇한 녹두 빈대떡은 정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두툼하고 탐스런 것이었지만 무교동 골뱅이 무침은 정통 무교동이라 하기엔 좀 동네 호프집에서 나오는 그것에 더 가까운 조금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남자 장정 네 명이 먹다보니 많아 보이던 그 안주들도 금새 바닥을 드러냈다. 이것도 어찌보면 만고의 진리 같은 것인데 술을 덜 마시는 사람이 확실히 안주 탐은 많다. 대학시절처럼 주머니 가벼운 상황도 아니니 안주 많이 먹는다고 타박하기도 뭐하고 어쨌든 그렇게 막걸리 두 주전자를 비우기도 전에 안주가 없어지고 말았다. 녹두 빈대떡의 고소함은 정말 좋았지만 역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골뱅이는 좀 아쉬웠다.
그래서 추가로 주문한 것이 바로 고갈비였다. 헌데 막상 고갈비가 나오니 갈비가 아니라 고등어라고 의아해 하는 동생이 하나 있었다. 어라 아직 고갈비가 뭔지 모르는 친구가 다 있네... 그럴리가 없는데 우리가 다 비슷한 연배의 동 시대 사람들인데 말이다. 나는 사실 막걸리에 고갈비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자반 고등어의 배타적인 맛은 그 어떤 다른 생선으로는 채울 수 없는 바다의 맛을 선사한다. 그 탄력있고, 부드러운 비릿함의 향연은 참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돈다.
겨우 고등어냐며 실망하던 동생이 역시나 제일 신나게 젖가락 질을 하더니 이내 이 고등어도 동이 나고 그렇게 우리의 불금 회식 1차전은 마무리 되었다. 참으로 건전한 우리는 다음 순서로 당구를 치고 거기서 진 사람이 생맥주를 사고 그렇게 내가 봐도 이렇게 순박한 아저씨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건전하고도 경제적이면서 부담없이 우리의 회식 자리를 마무리 했다. 참 좋은 그리고 즐거운 저녁이었다. 이 동막골 전집이라는 상호도 체인점인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전집이 집 근처에 하나 있었으면 한다. 정말 자주 갈텐데 말이다. 만족스런 1차 자리를 제공해 준 고마운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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