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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일본에서 먹는 정통 우동과 비교해서 전혀 뒤지지 않은 전문점, 제주시 표선 우동가게

by jeff's spot story 2024. 3. 8.

제주도가 워낙 유명한 곳이 많고, 볼거리가 많아 몇 번을 갔다 해도 새로운 곳을 계속 만날 수밖에 없다. 이번 여행에서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제주의 해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서귀포에서 우도로 가는 유람선이 있는 포구까지는 너무나 멀었다. 중간에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너무 아름다운 제주 해변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훌쩍 점심 시간이 되었다. 출발하는 비행기가 5시 반에 떠나기 때문에 렌트카를 공항 앞에 4시까지는 갖다 놓아야 하는데 벌써 시간이 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래서 밥을 먹기 위해 전라도에 있는 같은 이름의 제주의 남원읍 근처를 돌다가 이집을 발견했다. 


미리 검색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본 가게이기 때문에 첫 인상은 아무래도 좀 너무 동네 우동집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이 제주의 시골에서 정통 일본 우동을 만나리라 그렇게 생각하기는 좀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워낙 우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다소 불만이 있었 보이는 얼굴의 식구들의 표정을 외면하고 그냥 들어가자고 했다. 만일 맛이 없다면 그 정치적인 책임은 모두 내가 져야 하리라. 제주의 남원읍은 서귀포에서도 다소 떨어져 있는 정말 한적한 시골이었고, 거기서도 시내 한 가운데를 조금 벗어난 곳에 이집이 있기 때문에 나 역시 김밥 천국에서의 우동같은 국수가 나오더라도 괜찮다 하는 마음으로 들어 가긴 했다. 


아주 깔끔하고 다소 이국적인 분위기의 실내를 보니 그래도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서빙 겸 주방 일을 하는 두 사람의 남자가 이 집을 운영하는 것 같았다. 식당 규모에 비하면 다소 주방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싶긴 했지만 뭔가 전문가 다운 그런 느낌은 들었다. 테이블이 너 댓 개 있는 작은 우동집이지만 우리 말고도 손님들은 있었다. 이곳을 알고 오는 단골인지 우리처럼 지나가다 들어 온 나그네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식사 시간이 다소 지난 시간인데도 테이블이 차 있었다. 단무지를 아주 작게 썰어 놓은 셀프 코너를 보니 얼마 전 다녀온 오사카의 식당들 생각이 났다. 굳이 단무지며 깍뚜기며 일본 사람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작게 썰어 놓았다. 그 장면을 보니 혹 여기 주인장도 일본에서 우동을 배워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식당에 가면 새로운 메뉴를 먹어 봐야 하기에 우리 네 식구는 모두 다른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냉 우동인 부카케 우동을 마눌은 노멀한 일반 우동을 큰 놈은 소고기 덮밥을 둘째는 우동세트를 주문했다. 이 메뉴 중 가장 특이한 것은 나의 냉 우동으로 우리는 우동을 항상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이렇게 소바처럼 찬 우동을 먹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연 문제는 맛인데 그런 일본 정통의 우동 형태를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맛도 그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단 우리 테이블로 나온 음식들의 첫 인상은 "오~ 괜찮은데!" 였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몇 가지 있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우동, 라멘, 소바 같은 면과 튀김, 덮밥, 그리고 스시 라고 말할 것 같다. 우리는 이날 스시를 제외한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을 여기서 모두 만난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주문한 냉 우동은 면의 탄력이나 찬 육수의 조화가 정말 완벽했다. 면을 몇 가닥 젖가락을 집어 목으로 넘길 때의 그 만족감은 거의 최상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비주얼이 너무 좋아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그 어렵다는 계란 튀김도 반숙이 제대로 된 완성도 높은 것이었고, 큰 아들의 덮밥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맛이 좋았다. 마눌이 주문한 일반적인 우동이야 말 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일본 음식 중에 우리가 가장 흔히 잘 먹는 것이 이 우동과 튀김인데 의외로 튀김은 전문가다운 수준이 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어려운 음식이라 알고 있다. 온도와 기름의 양과 재료의 상태 그리고 시간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까다로운 음식이 튀김인데 그것도 너무 좋았다. 


우동으로 유명하다는 일본의 사누키 라는 고장의 면은 엄청 탄력이 좋아 이빨로 끊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과장된 표현을 듣기도 한다는데 여기도 그에 못지 않은 탄력이 있었다. 일단 고수의 포스는 처음 일합으로 알게 되는 법! 나는 이미 이곳의 전문가 다운 실력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왠만하면 내가 그러지 않는데 나가면서 혹시 일본에서 배워 온 실력이냐고 주인장에게 물어 보았다. 

 

역시 그랬단다. 일부러 그럴 필요는 없지만 정말 내면에서 우러 나오는 말로 일본에서 먹은 우동보다 더 낫다고 말해 주었다. 이렇게 뭔가 대단한 고수를 만나면 정말로 숙연해 진다. 이곳은 그동안 다니던 우동집 중에 최상급이라 하겠다. 아 정말 아쉬운 것은 여기가 제주도라는 것이다. 이 면을 먹으러면 다시 공항으로 먼저 가야 한다는 점이 너무 슬펐다. 부산이라 해도 내륙에 있었야 밤에라도 차를 몰고 갈텐데... 아무튼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다시 이집의 전경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정말 내가 주인장에게 호언한 대로 분명 다시 오리라 그렇게 다짐했다. 우동은 정말 이래야 하는 건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