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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관광지에 가면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집으로 가야 한다.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생선조림, 제주시 서귀포 덕승식당 중문점

by jeff's spot story 2024. 4. 6.

이번 제주 먹거리 여행에서 나도 먹고 싶은 것이 있었다. 마눌이 해물탕이라면 나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그곳 식당의 갈치조림이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비싸고, 규모가 큰 식당 말고 제주 현지 사람들이 가는 동네의 흔하지만 내공있고, 관광객은 별로 오지 않지만 손님은 많은 그런 집 말이다. 이런 조건의 식당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들이나 홍보성 글들이 많고, 현지인들이 가는 집인지 아닌지 글로만 알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중문에서 그냥 무작정 뒷 골목으로 들어 가 보았다. 분명 관광객들 상대하는 큰길보다는 식당들이 규모가 작지만 이런 곳에 오히려 내가 원하는 집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이집을 발견했다. 주택가 골목 안쪽에 있지만 낮부터 손님들로 북적이는 식당말이다. 덕승식당이라는 이름은 같이 운영한다는 배의 이름과 같은 것이란다. 덕승호에서 잡은 생선과 해물들이 이집에서 손님상에 바로 올라 오는 방식이었다. 나름 서귀포의 덕승그룹인 셈이다. 마치 소흘읍 사무소 앞의 한우고기집이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아무튼 여기는 중국인 관광객이 없었다. 분명 내 예상대로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그런 집인 셈이다. 우리는 당연히 계획대로 갈치조림을 주문했다. 다른 생선조림과 구이도 있었지만 제주에 온 이유 중에 하나가 갈치조림이었기에 별 다른 망설임이 없었다. 


생선조림 중에 으뜸인 갈치조림을 현지 입맛에 최적화된 실력있는 식당에서 맛본다는 것은 무척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다. 서울 시내 같은 곳보다 한 사람이 15,000원이면 조금 비싼 편이지만 일단 직접 잡은 고기로 만든다니 어떤 맛이 날지 기대가 컸다. 생선조림을 그닥 즐기지 않는 마눌도 현지 사람들로 가득 찬 이곳을 보면서 나처럼 기대하는 눈치였다. 사실 갈치 조림은 생선도 생선이지만 그 조림 국물이 정말 끝내준다. 그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갈치조림의 끝판왕 아니겠는가? 조금 앉아 있노라니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반찬이지만 바닷가라 그런가 좀 짠 맛이 강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갈치조림이 나왔다. 은빛 몸통이 빛나는 갈치는 이렇게 조림으로 오랜 시간 불 위에 있었어도 그 고운 자태를 잃지 않았다. 크기 만큼이나 맛도 대왕인 갈치로 조림을 만들었으니 그 맛이 어찌 좋지 않을 수 있을까? 두툼한 갈치살도 먹음직했다. 하지만 막상 젖가락으로 갈치살을 발라 먹어보니 이맛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어찌나 부드럽던지 그냥 입안에서 갈치살이 그대로 스르륵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아이스크림을 입안에 넣은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생선살이 부드럽고, 야들야들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정말 산지에서 바로 해 먹는 생선조림은 그 수준이 우리가 늘 먹던 그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구나 싶었다. 


이건 뭐 생선 가시를 골라내고 뭐고 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냥 살살 입에 넣고, 찔리지 않게 가시만 잘 골라내면 되었다. 젖가락을 댈 정도의 살이 아니었다. 그냥 훅 풀어져 버리는 부드러운 갈치살을 밥 위에 얹어 먹는 맛이란 참 별미였다. 거기에 잘 익은 무와 국물을 함께 하면 이것이 진정한 밥도둑이라 할 것이다. 원래 생선조림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런 수준 높은 갈치조림 앞에서 완전 무장해제가 되고 말았다. 

 

어찌나 입에 잘 맞던지 어느 순간 마눌과 대화하는 것조차 잊어 버렸다. 그저 갈치조림과 밥 사이를 오가며 그렇게 완전히 집중하여 먹었다. 정말이지 오랫만에 이렇게 먹는 일에 집중하여 앞에 앉은 사람의 존재마저 무색하게 만든 것 같다. 그 정도로 이집의 갈치조림은 정말 한단계 위의 맛이었다. 역시 현지에서 먹는 것이 제일이다. 그리고 역시 여길 찾은 우리도 대단하다.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 라고 말하고 싶다. 담에 갈 일이 있음 나만의 시크릿 장소로 사람들을 한 번 데리고 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