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른 아침 남양주시 호평동을 찾았다. 과거 여길 오려면 퇴계원을 지나 마석을 지나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화도로 가는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송우리에서 불과 45분만에 올 수 있었다. 길이 좋아지니 이렇게 엄두도 안 날 곳을 편하게 온다. 이른 아침 서두른 탓에 아침을 먹지 못했다. 하지만 오전 9시에 과연 문을 연 식당이 있을까? 우리는 동네 구경도 할겸 천천히 평내 호평역 주변을 살펴 보았다. 아주 오래 전 근처에 사는 친구 때문에 가끔 온적이 있는 곳인데 이젠 정말 어디가 어딘지 전혀 분간을 못하겠다.
그렇게 유유자적 돌아다니다 이집을 발견했다. 가게 오픈 시간이 오전10시 반인가 그랬는데 아무튼 우리가 처음 갔을 땐 오픈 전이었다. 다시 동네를 돌고 돌아 헤매다 보니 다시 이 집 앞에 와 있었다. 이 시간에 이 거리에선 과연 이집이 우리와 인연이 있는가보다 생각하고 가게가 열리기는 조금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아직 제대로 오픈하지 않은 시간이지만 주인장을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메뉴판을 보니 칼국수가 7,000원 이다. 가성비가 참 좋다. 이런 곳을 착한 식당이라 하지 않던가?
우리는 칼국수와 칼만두를 주문했다. 칼국수만 두 그릇 주문하기는 좀 그랬다. 다른 것을 먹고 싶었는데 정말 끌리는 것은 비빔국수였으나 아침인 관계로 덜 자극적인 만두국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다. 가격이 저렴하다 하여 나오는 구성이 헐한 것은 아니다. 다른 칼국수 집들처럼 여기도 에피타이저로 보리밥을 조금 준다. 아니 아주 조금은 아니다. 거기에 무채나물과 열무김치를 넣고 고추장에 비비면 훌륭한 전채 요리가 되는 것이다. 열무김치는 리필이 되지 않지만 다른 반찬들을 모두 리필이 된다. 이점도 맘에 들었다. 우린 무채나물을 세 번인가 가져다 먹었을 정도로 맛도 좋았다.
이집 칼국수는 포천 선단동의 이마트 옆에 있는 송우리칼국수와 맛이 아주 흡사했다. 가격도 비슷하고, 나오는 구성도 차이가 별로 없었다. 이집과 그집이 뭔 관계가 있을까? 잠시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포천 선단동보다 이집의 맛이 더 깊고 좋았다. 그리고 면발이 아주 탱글거렸다. 쫄면 비슷한 식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적당히 두툼한 두께와 탱글거리는 식감은 칼국수 자체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과연 가성비가 최강이다. 만두는 비록 공장 만두였고, 특이한 식감이 없었지만 함께 들어간 칼국수의 양이 워낙 많아 다 이해가 되었다.
오죽하면 우리 다음에 들어 온 손님들은 칼국수의 양을 반만 달라고 할 정도였다. 지난번 왔을 때 너무 양이 많아 남겼다는 것이다. 그 말이 이해가 갈 정도로 후덕한 양이다. 부드럽고, 구수하면서 진한 국물은 면의 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숟라가락이 가게 만들었다. 아침부터 정말 과식 아닌 과식이었다. 반찬을 네 번이나 갖다 먹으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지만 어쩌랴 맛이 좋은 것을... 남양주 골목 어귀에서 만난 정말 괜찮은 칼국수 집이었다. 세상엔 정말 맛난 식당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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