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에 어디 가서 맛난 것을 먹을까 검색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이 즐거운 검색은 거의 늘 국수로 아이템이 정해지게 된다. 막국수를 먹을 것인지, 냉면을 먹을 것인지, 칼국수를 먹을 것인지 이리 저리 뒤지다 이집을 발견했다. 비록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이지만 평도 좋고, 우리가 좋아하는 바지락이라는 아이템도 좋았다. 드라이브 삼아 어딘가로 가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싶어 의정부를 지나 장흥으로 향했다.
다 같은 칼국수 같지만 사람들 얼굴이 천차만별 인 것처럼 칼국수도 여러 모습이 있다. 주방에서 다 끓여 내오는 집도 있고, 손님 테이블에서 완성되는 방식도 있는데 이집은 후자에 해당하는 칼국수집이었다. 원래 우리는 다른 재료 없이 바지락만 오지게 많이 들어간 순수 바지락 칼국수를 좋아한다. 바지락은 많이 들어 있지 않으면서 오만둥이나 건새우, 홍합 같은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면 이게 바지락 칼국수인지 해물칼국수인지 구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긴 바지락만 들어간 우리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일단 맛이 좋다는 평들이 많았기 때문에 기대를 안고 기다려 보았다.
실내가 그리 큰 편은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고, 세월의 흔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했다. 언뜻 보니 종업원을 따로 고용하지 않고 가족들이 함께 일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서로 그렇게 다짐을 했는지 하나 같이 친절하고, 싹싹했다. 큰 소리로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일단 서비스가 기본이 되어야 다음 차례로 넘어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맛까지 좋다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우리는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칼국수만 먹을 것이 아니라 감자전도 먹을까 했다. 그런데 우리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듯 주인장이 옆에서 "우리집 감자전 맛납니다!" 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결심을 굳히고 감자전도 주문했다.
우리가 직접 생면을 끓여 먹는 방식이라 오래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면이 빨리 익었다. 전체적으로 재료들이 신선해 보이고, 국물도 엄청 담백하면서 진할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나중에 맛을 보니 그런 우리 예상이 맞았다. 면도 직접 제면을 한 것인지 몰라도 식감이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것이 내공있는 실력이었다. 휴일의 여유 때문인지 면이 끓는 그 시간마저도 편안하니 쉬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이런 맛에 여행을 다니는 것인데 코로나 땜에 어딜 가지 못한지 벌써 1년 반은 된 것 같다.
바지락 칼국수를 시켰는데 도대체 바지락들이 어디있나 싶어 젖가락을 저어 보니 다들 밑에 숨죽이고 가라 앉아 있었다. 다른 재료들이 들어 가지만 바지락도 꽤나 많았다. 이 정도면 바지락 국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막상 국물을 먹어보니 다른 집들과는 확연히 다른 뭔가 복합적이고, 다양한 맛이 났다. 이건 분명히 한 가지 재료로 만든 육수가 아닐 것이다. 멸치맛도 좀 나고, 디포리도 있고, 황태맛도 나고, 야채수 맛도 났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재료를 넣고 육수를 만든거여?
깊은 맛이 나는 국물과 쫀득한 칼국수, 그리고 고소한 감자전까지 과식을 부르는 아이템들 덕분에 우린 남길 것을 우려한 처음 생각과 달리 싹싹 먹어 치웠다. 정말 오랜만에 음식을 전투적으로 먹은 것 같다. 우리가 선호하는 바지락 만 넣은 국물은 아니지만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깊은 맛을 내는 집이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역시 아직 더 돌아다녀야 해! 비 오느날 칼국수는 파전만큼이나 진리에 가까운 궁합이다. 이렇게 감동적인 맛을 만나면 조건반사 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아마 비 오느날 자연스럽게 이집이 생각 날 것이다. 즐겁고 맛난 오후를 선사해준 곳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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