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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쓸쓸한 날씨에 잘 어울리는 진하고 매운 짬뽕 국물 그리고 달달한 짜장면, 포천시 신북면 짬뽕의 복수

by jeff's spot story 2024. 4. 6.

올 해처럼 봄이 더디게 온 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꽃샘추위는 질기게 이어졌다. 4월이 훌쩍 지났는데도 봄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던 이날 우린 신북면의 아도니스 호텔을 답사하고 인근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런 날은 짬뽕이 제격이라는 제안에 따라 이동한 곳은 호텔 근처의 중국집이었다. 이집은 강렬하게 매운 맛이 유명하다는 짬뽕을 먹는 곳이라 했다. 이름하여 '짬뽕의 복수' 라는 곳이다. 중국 음식 중에 어쩌면 가장 한국적으로 토착화 된 음식이 바로 짬뽕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매운 중국 요리를 그냥 국수처럼 먹는 나라가 또 있을까?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를 피해 들어간 식당 안은 거의 만석이었다. 과연 여기가 맛집일 것이란 사실을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 여긴 상호처럼 짬뽕을 먹는 것이 정석이라 했다. 하지만 맵질에겐 참 어려운 도전이다. 개인적으로 그랬다. 그래서 약간 선회하여 삼선 간짜장을 주문했다. 중국집에선 짬뽕만 주인이 아니다. 분명 짜장도 지분이 있다. 이렇게 을씨년스런 날씨에는 짬뽕만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달달한 짜장 역시 잘 맞는다. 그렇게 우리의 메뉴가 정해졌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파와 맵질파로 나뉘어졌다. 

 

하도 손님이 많아서 우린 제법 음식이 나오길 기다려야 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 온 사람들이 언제 음식이 나오냐는 불만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긴 우리도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대기 시간에 좀 지루하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즐거움이란 것이 있다. 어디가나 있는 중국집의 짬뽕과 짜장이 뭐 그리 대단할까 만은 그래도 기대가 많이 되었다. 그렇게 거의 20여 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짬뽕과 짜장을 만날 수 있었다. 

 

짬뽕 전문집 답게 비주얼이 아주 강렬했다. 조금 먹어보니 간짜장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나 매운 맛이었다. 매운 것을 잘 먹는 사람들은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러느냐고 하지만 맵질은 국물 몇 숟가락에 이미 이마에 땀을 맺힐 정도의 매운 정도였다. 물론 맛은 좋았다. 하지만 이걸 계속 먹다간 땀 닦아 내느라 끝까지 먹지 못할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주문한 삼선간짜장에 눈이 갔다. 역시 중국집의 짜장은 기름지고, 윤기가 흐르는 꾸덕한 비주얼이 그만이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달달한 풍미가 확 들어왔다. 

 

누구나 점심에 중국집에 가면 짜장인가, 짬뽕인가를 놓고 고민한다고 그랬다. 하지만 솔직히 짬뽕을 선택한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거의 90% 이상은 늘 간짜장이었다. 그냥 짜장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역시 바로 만들어 윤기가 좔좔 흐르는 간짜장의 풍미는 대단한 것이다. 일반 짜짱보다 늘 값도 비싸지 않던가? 모든 물건은 제 값이 있다고 했다. 간짜장이 이렇게 몸값이 비싸다는 것은 그만큼의 만족과 맛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아무리 맵질이라도 짜장에 고추가루 추가하는 센스는 발휘한다. 또 솔직히 짜장면에는 아무리 매운 고추가루를 첨가해도 그닥 매운 느낌이 많이 나지 않는다. 그저 매콤한 풍미만 올라갈 뿐이다. 짜장면에 고추가루를 뿌리는 문화도 어쩌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하나의 레시피로 자리잡았다. 솔직히 단무지에 식초를 뿌리는 것이나 짜장면에 고추가루를 뿌리는 것은 먹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아무튼 을씨년스런 날씨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맛난 점심이었다. 이러니 이 한적한 시골길에도 손님이 이리 많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