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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늦은 저녁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느긋한 차 한잔의 여유, 포천시 소흘읍 어반제주

by jeff's spot story 2024. 4. 5.

저녁을 정통 한식인 쌈밥으로 거하게 먹었지만 그냥 돌아가기는 뭔가 아쉬운 기분이었다. 이럴 땐 함께 있는 사람들의 의견대로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차 한 잔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소흘읍에서 분위기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고모리로 갔다. 처음 계획은 고모리의 단골집처럼 들락거리는 투썸플레이스를 가는 것이었지만 거긴 8시 반 인가에 문을 닫기 때문에 좀 더 여유있는 티 타임을 위해 이집으로 갔다. 여긴 10시까진 한단다. 이름은 파스타와 스테이크로 유명하다는 어반제주이다. 

 

어반이라는 단어를 보니 나만 그런지 몰라도 대학 다닐 때 유행처럼 다들 기를 쓰고 쳐다봤던 Vocabulary22,000 이란 책이 생각났다. 이게 결국은 단어장인데 그 책에 앞 부분에 바로 이 단어가 나온다. 어반... 아마도 반대말이 '루럴'이었을 것이다. 아직도 이런 것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나름 뭔가 해보겠다고 애쓰던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는 말이 되는 것 같아 으쓱해 진다. 물론 이런 오래된 기억은 내가 아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어반이라는 말처럼 도시 속에 있는 예쁜 식당 겸 카페가 맞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맘에 들었던 것은 여기는 에일 같은 맥주가 있다는 것이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입가심 맥주를 이렇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행운을 얻은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입가심 간다고 또 다시 치킨집에 가서 몸에 온통 기름냄새 배이게 하는 것보다 이런 편이 훨씬 깔끔하고, 간단한 것 아닐까 싶다. 물론 술꾼들이 이렇게 적적하다 싶을 정도로 호젓한 카페에서 2차 입가심을 할 확율은 매우 낮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발상의 전환도 나빠보이지 않는다. 

 

맥주라고는 하지만 에일은 진한 맥주맛 음료같다. 맥주잔 위에 올라간 노랑 물건이 그냥 장식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오렌지를 말린 것인가 보다. 먹어보니 맛이 좋다. 약간 달달하면서 찝질한 것이 맥주의 안주가 된다. 이럴수가... 이것 역시 발상의 전환이 아닌가 싶다. 맥주 안주로 왜 꼭 땅콩이나 말린 포를 먹어야 하나? 이런 말린 과일도 안주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말린 과일이 아무래도 땅콩보다는 비싸겠지?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면 패스~

 

끝날 무렵에 들어간 터라 식당 안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마 이집이 이렇게 한가한 시간은 평일 늦은 밤이 아닐까 싶다. 고모리 근처를 지나면서 이집을 자주 봤었다. 한 번은 오고 싶었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입가심을 하러 오게 되었다. 이것도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어반 제주라는 고모리의 명물 식당도 한 번 경험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입가심을 여기서 하는 방향으로 고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