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모르는 기성세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최장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만화의 대표격인 작품이다. 지난 2023년 갑작스런 이우영 작가의 비보에 많은 이들이 그동안 몰랐던 가혹한 법정다툼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작품에 전념하며 사업에 대하여 잘 몰랐던 작가들의 단점을 이용한 모 출판사의 횡포라는 이야기가 이어졌고, 생각보다 그 내용이 훨씬 기가 막힐 정도로 불공정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다. 검정고무신은 포천시 화현면이 고향인 작가에 의해 그려졌다. 그래서 이날 찾아간 곳이 바로 검정고무신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화현면 명덕리에 있는 '만찐두빵'이라는 카페가 그곳이다. 카페 이름이 좀 이상하지... 과거 만두와 찐빵이라는 문구를 세로로 써서 간판을 만들곤 했는데 세로로 씌여진 만두찐빵을 가로로 읽으면 이렇게 발음이 된다. 이런 에피소드는 검정고무신 에니메이션에도 나온다. 주인공인 기영이가 간판을 이런 식으로 읽은 것이다. 예전에도 이곳에 온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가보니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공을 들였다고 해야 할까? 검정고무신의 캐릭터들이 대거 명덕리에 출연한 느낌이었다. 익히 보아온 만화의 캐릭터들을 이곳에선 소품으로 만날 수 있다.
일부러 이곳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다. 11시에 오픈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11시 20분 정도였다. 그런데도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과연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다고 하더니 인기가 대단하다. 물론 주말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과거 감성이 만화와 함께 살아 있는 인테리어가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이곳은 분명 카페가 맞다. 우린 소금빵과 단팥빵을 함께 주문했다. 카페 한 쪽에서는 검정고무신의 또 다른 작가인 이우진 작가님이 캐리커쳐를 그려주고 있었다. 카페이자 작업실? 그런 분위기였는데 그것이 또한 검정고무신의 감성을 더 살려 주는 것 같았다.
유명 작가에게 자신의 얼굴을 캐리커쳐로 그려 달라는 부탁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참 영광스러운 일이다. 2만원이면 그런 영광을 얻을 수 있다. 우린 작가님에게 캐리커쳐를 의뢰하고 잠시 앉아 커피와 단팥빵과 소금빵을 먹었다. 여기서 빵을 만들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아침을 거르고 와서인지 참 맛이 좋았다. 달콤쌉쌀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생각보다 카페 내부가 크지 않아 손님들 중 상당수는 밖에 있는 테이블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워낙 밖이나 안이나 만화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여기가 어딘지는 대번 알 수 있는 분위기였다.
평소에도 익숙하게 먹어온 빵이지만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더 맛이 좋았다. 어릴적 추억을 생각한다면 당시에 이런 카페는 없었지만 빵집은 동네 어디나 있었다. 지금처럼 대기업의 체인점이 아니라 다들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빵집들이었다. 무슨 무슨 당 이런 이름이 많았는데 자주 다녔던 쌍문동의 빵집도 상원당, 도원당이었다. 당시에 빵집은 식당이자 카페이고 만남의 장소이자 데이트 코스였다. 여기 앉아 과거의 만화 캐릭터들을 보니 그런 추억이 떠 올랐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발달하고 살기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추억 속에 달달한 빵 한 조각이 건네주는 아련한 행복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렇게 커피와 빵을 먹다보니 어느덧 작가님의 캐리커쳐가 완성되었다. 이게 정말 나일까? 실물보다 나은데... 원래 얼굴이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데 이렇게 그려주시니 뭔가 더 부드럽고, 잘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다. 카페 옆으로는 매점이 있다. 다 같은 공간이고, 가족들이 하는 곳이라 했다. 거기도 추억을 캐릭터로 감성을 풍기는 곳이다. 오래된 가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빵집처럼 예전의 구멍가게도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이었다. 거기서 달라고 해서 없다고 말하는 물건이 별로 없었다.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팔았던 맥가이버 같은 존재였다.
짧지만 행복했던 추억으로의 여행은 참 즐거웠다. 검정고무신이라는 만화가 주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한 카페이고, 추억의 공간이었다. 실제 작가님이 그려주는 캐리커쳐는 참 좋은 득템의 기회였다. 앞으로 이 그림을 심볼로 해야지... 천재적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안따까웠던 작가님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둘러봐서인지 가슴속에 뭔가 뭉클한 것도 있었다. 세상을 뜨기 전에 사람들이 이렇게 좀 알아주고, 찾아주고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지만 검정고무신이라는 감성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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