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인천공항에 배웅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침 먹을 시간은 훌쩍 지났지만 입맛이 영 깔깔한 것이 생각나는 음식이 없었다. 이럴 땐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우리는 이런 저런 아이템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가는 길에 본적이 있는 이집이 생각났다. 코다리 조림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에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집이었다. 이름은 '두부마을 양반밥상' 이라는 집이다. 상호는 두부마을이지만 커다랗게 코다리 조림을 판다고 적혀있다. 우린 바로 그것을 목표로 했다. 입맛이 땡기지 않는 아침에 먹기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메뉴지만 아무튼 그것이 끌렸다.
하지만 역시 이집의 시그니쳐 메뉴는 두부인 모양이다. 들어오는 손님 모두가 두부정식 같은 두부요리를 주문했다. 둘러보니 우리만 코다리조림을 먹고 있었다. 뭐 어떤가? 이런 것도 개성이라면 개성이지... 100번 도로에서 나와 의정부로 가는 이곳은 평소에도 차량의 통행이 정말 많은 곳이다. 이런 이른 시간이 아니면 사실 들어오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모처럼 일찍 돌아다닌 기념으로 지나만 갔던 집에 들어왔으니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조금 앉아 있으니 점점 손님들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긴 특이하게도 아침 6시부터 영업을 한단다. 그래서일까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조금은 졸린 눈으로 일하는 것 같았다.
반찬이 별 다를 것은 없었지만 들어간 것이 거의 없는데 잡채는 참 맛이 좋았다. 이상하지... 내용물이 특별한 것이 없는데 왜 맛이 좋을까? 이런 것이 노하우겠지...밑반찬의 대명사 같은 마늘쫑과 김치, 취나물 그리고 다소 짠맛이 강했던 깻잎도 있었다. 거기에 코다리 조림에 빠지지 않는 양념을 하지 않은 콩나물 데친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른 김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 보았더니 김은 달라고 해야 갖다 준단다. 코다리 조림을 김없이 먹는 사람은 별로 없을텐데... 아무튼 그래서 우린 김을 달라고 했다. 김이 없으면 뭔가 허전한 법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코다리 조림이 나왔다. 첫 인상은 엄청 매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진한 붉은 빛이 맵질들을 위협적으로 쳐다보는 듯 했다. 과연 이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되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엉?' 아니었다. 그리 맵지 않았고, 오히려 담백하는 표현이 더 맞을 법한 맛이었다. 요즘은 코다리 조림이 모두 이렇게 고추가루 양념을 입고 있지만 과거엔 대부분 간장양념이었다. 맵고 단것을 좋아하는 지금 사람들의 입맛 때문에 이런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집은 과거의 그 담백하고 깊은 맛이 좋았던 코다리 조림의 전통을 어느정도는 계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코다리 조림은 김에도 싸먹고, 밥과 함께 먹기도 하고 깻잎에 싸서 먹기도 한다. 특히 조림 양념을 듬뿍 머금은 무를 좋아한다. 양념이 한껏 들어간 무를 먹는 맛이 아주 그만이다. 이거야 말로 진정한 밥 도둑이다. 다만 한 가지 이집에서 아쉬운 것은 코다리가 다소 딱딱했다는 것이다. 마치 북어를 먹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북어처럼 질기진 않았지만 포실 포실한 코다리 살을 기대한 사람에겐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 있는 그런 식감이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양념이 과하지 않고, 특히 다른 집들보다 넉넉한 양을 제공했다는 점에선 너무나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깔깔한 아침 제대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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