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산 여행은 그냥 현지인의 감성을 즐기자는 것이었다. 참 이것도 이상한 일이다. 먼곳까지 가서 굳이 현지인들이 즐기는 지나치게 로컬한 곳을 찾아야 하나?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 여행을 거듭 할수록 더 느끼는 것인데 여행은 삶의 연장이고, 누군가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사람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간다해도 결국 거기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기 마련이다. 그냥 우리는 낯선 외지인의 시각이 아닌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고 느끼고 즐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영도구의 흰여울 문화마을이라는 곳이었다.
뭐랄까 흰여울 문화마을은 바닷가에 있는 달동네 같은 분위기였다. 굳이 바다까지 와서 이렇게 언덕빼기에 집을 짓고 살아야 할까 싶은 무식한 생각을 해봤지만 아마도 이렇게 산허리를 감싸 안듯 마을이 만들어진 것을 보면 분명 무슨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5월이지만 한낮의 햇빛이 장난이 아니었던 이날 우리는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언덕의 마을을 걸었다. 분명 그냥 방파제로 가도 될 것 같은데 중간에 갈 수 없다는 팻말이 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언덕빼기 마을로 들어갔다. 이것이 영업적인 전략인지, 아니면 정말 안전이나 다른 꼭 필요에 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귀족들은 한 낮의 햇빛을 즐기고 종들은 그 햇쌀을 마귀처럼 싫어 한다고 했는데 이날의 기분이 딱 그랬다. 그냥 걷기에도 다소 더울 정도의 부담스러운 햇빛이지만 어딘가 들어가 차 한 잔 마시며 즐기기에 더 없이 훌륭한 완벽한 한 낮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흰여울 문화마을에는 여러 카페가 있지만 우리는 2층에서 전망할 수 있을 것 같은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이름하여 '헤일르' 라는 곳이다. 정말 흰여울 문화마을에 한 중간에 있는 곳이다. 이처럼 유명한 관광지의 카페치고는 가격이 아주 착했다. 그냥 일반적인 카페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이었다.
전날 다소 과하게 알콜과 만난 관계로 아메리카노가 부담스러워 얼그레이 홍차를 아이스로 주문하고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주문했다. 사실 여긴 아이스크림이 전문인 곳이란다. 분위기가 그러니 커피도 팔지만 말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의 카페에서 맛이 어떠했다는 사족은 별 필요가 없다. 어차피 우린 좋은 기분에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들어왔지 제대론 된 커피 한 잔 먹겠다는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도 얼그레이티도 정말 좋았다. 아마도 좀 걷다가 만난 시원한 자리와 찬 음료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원한 차 한 잔 마시면서 바라보는 부산의 앞바다는 글쎄 다른 어떤 말도 필요없는 그냥 그 자체 바다다.
부산 앞바다는 열심히 일하는 배들과 바다를 보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 온 방문객이 함께 모이는 곳이다. 즐기는 사람이나 살자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나 이 바다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날은 마치 한강처럼 바다가 너무나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바다가 늘 이렇다면 어부가 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런 평화로운 얼굴 이면에 사람을 죽일 정도의 광포함도 있다는 것을... 부산에 오면 늘 뭔가 얻고, 뭔가 버리고 간다. 그래서 자꾸 오게 되나 보다. 부산으로 오길 잘 했다. 여기 아니었다면 아마도 무척 우울했을 것이다. 차 한 잔과 달달한 아이스크림으로 엄청한 힐링을 얻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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