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올라 외식가격이 오르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늘 먹었던 막국수를 맘껏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막국수라는 이름처럼 그냥 편하게 막 먹는 국수였는데 이젠 거의 평양냉면 수준으로 값이 올랐다. 메밀이라는 같은 재료를 사용하지만 분명 가는 길이 달랐던 두 음식이 물가상승이라는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속에서 비슷한 음식이 된 것이다. 메밀 값이 많이 올라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막국수 가격이 만 원이 넘는 현실은 받아 들이기 쉽지 않다. 과거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지만 주머니 사정 어려운 서민들이 부담없이 한 그릇 먹던 막국수가 아닌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젠 막국수 집을 가더라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날은 특별히 인근 양주시의 막국수 집을 가기로 하고 검색을 하다 이집을 발견했다. 새로 생긴 화도 고속도로 덕분에 엄청 접근이 용이해진 양주시 광적면에 있는 동해막국수 라는 집이다. 어라 이름이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인데... 그렇다. 양양에 있는 그 유명한 동해막국수와 같은 이름이다. 사실 나중에 먹고 나서 생각해 보니 간장양념이라는 비슷한 컨셉의 맛도 양양의 동해막국수와 뭔가 닮았다. 그런데 주인장에게 그걸 묻지 못했다. 양양의 동해막국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말이다.
마당에 살구나무가 엄청 많았고, 사람 손이 닿는 곳에도 살구들이 많이 달려 있었다. 계절이 이젠 그런 시절인 것이다. 처음엔 매실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살구였다. 잘 익은 살구도 참 맛이 좋은데 말이다. 우린 비빔과 물 막국수를 주문했다. 늘 있는 일상적인 루틴이다. 이집은 면수를 내어주는데 아주 맛이 잘 밴 메밀차의 맛이다. 이런 것이 좋다. 몸에 좋고, 입에도 좋고... 값만 싸다면 더 좋을텐데 여기도 한 그릇에 만 원이다. 얼마 안 있어 막국수가 나왔는데 이런 비주얼도 양양의 동해막국수와 닮았다.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다. 맛도 그랬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은 인근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다.
다소 투박한 듯한 메밀면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맛이지만 한 그릇 만 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좀 더 면발을 고급지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물론 맛은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아주 조화롭고, 맛난 한 그릇의 막국수였음에 이견이 없다. 간장 베이스 양념은 특이한 식감을 선사한다. 뭔가 평양냉면 같으면서도 퓨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암튼 맛이 깊은 것이 아주 훌륭했다. 면발의 단점만 보완한다면 아주 완벽한 한 그릇이었다. 여긴 양주 현지 사람들의 맛집이라 했다. 외지인들이 오기 힘든 접근성에 다소 한적한 시골의 모습이 그렇다.
막국수도 지금 이 계절에 먹어야 제맛이다. 매니아들이 추운 겨울에도 먹는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좀 덥다 싶을 때 먹어야 잘 맞는다. 메밀면은 천천히 곱씹으면서 밥알 씹듯 먹으면 그 알싸한 맛을 더 잘 즐길 수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서민들의 건강한 한 끼라 하겠다. 우린 막국수를 먹고 나와 늘 그렇듯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광적면 사무소 앞으로 왔다. 면 사무소 마당에 주차를 하고 인근의 메가커피에서 생맥주 한 잔 보다 많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여기가 시골 어디인 것 같기도 하고, 많이 와 본 서울 시내 어딘것 같기도 했다. 여유있는 오후를 선사한 아주 훌륭한 점심이었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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