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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대중소 사이즈에 관계없이 같은 값을 받는 맛있는 국수집, 포천시 포천동 부송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8. 27.

새로 국수집이 오픈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포천동의 문화원 옆 개성곰탕 집 바로 앞이다. 원래 이곳은 부동산 비슷한 사무실이 있던 곳이다. 그 때는 몰랐는데 식당이 되고 나서 들어가 보니 안쪽으로 공간이 제법 넓었다. 이름은 '부송국수' 이다. 체인점이라고 하는데 이런 이름의 국수집을 다른 곳에선 본 기억이 없다. 체인점은 맞지만 아주 크게 알려진 곳은 아닌가 보다. 점심으로 국수 한 그릇 먹는 선택이 입엔 좋을지 몰라도 오후 서 너시 쯤 되면 허기가 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일단 새로 생긴 집이니 가봐야 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갔는데도 실내엔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오픈한지 한 달이나 되었을까? 이 시간에 손님을 끌어 모을 정도라면 오프발이 아닌 뭔가 장점이 있을 것이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방식인데 정말 특이한 것은 국수의 사이즈, 즉 대 중 소 무엇을 주문하든 값이 같다는 것이다. 왜 이런 영업방침이 나왔을까? 아마도 국수가 금새 배가 꺼진다는 점에서 양이 많은 아재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은 아닐까? 아무튼 참 특이한 점이다. 그리고 오픈한 기념인지 몰라도 손님 수대로 삶은 계란을 한 개씩 서비스로 준다. 손님이 직접 냄비에서 가져다 먹으면 된다. 

 

벽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니 이 계란을 삶기 위해 특별한 물에서 몇 시간인가를 삶는단다. 보통 계란은 완숙으로 삶더라도 20~30분 기다리면 되는데 몇 시간이라니... 여긴 계란 삶는 것에도 진심인 곳이다. 우리는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그리고 감자반죽을 피로 사용하는 만두도 주문했다. 아주 노멀한 구성이고, 안정적인 짜임새다. 공기밥은 손님이 알아서 먹을 수 있다. 무료다. 잔치국수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도 된다는 말이다. 잔치국수의 국물은 멸치를 기본으로 한 것이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진한 맛은 아니고 적당한 농도였다. 

 

그렇지만 비빔국수는 최근 먹어 본 것 중에 제일 감칠맛이 나는 것이었다. 기본은 고추장과 고추가루를 사용한 집에서도 자주 먹는 양념이지만 뭐랄까 아주 가벼운 느낌은 아니고, 그렇다고 묵직한 맛도 아니면서 과하게 달지 않은 자연스러운 맛이었다. 애들은 좀 심심하다 그럴 수 있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어디선가 먹어 본 것 같은 아주 익숙하면서 입에 착 붙는 맛이었다. 어릴적 교회에서 성가대를 위해 만들어 주었던 그 비빔국수 맛이라 한다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망향국수의 단짠맵이 과할 정도로 강한 김치말이 국수와도 근본부터 다른 맛이다. 

 

결국 일행은 잔치국수 국물에 밥을 말았고, 나중에 나온 감자만두가 또 한 역할을 했다. 국수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을 수 있는 허전함을 메워주는 구원투수 같은 존재였다. 어차피 공장만두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원한 비빔국수와 갓 쪄 나온 만두의 조화는 대단한 것이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맛인줄 알았다면 비빔국수를 소 사이즈가 아닌 중 사이즈로 했어야 했다. 양이 많은 사람이라면 여기서 대 사이즈에 도전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이벤트가 될 것이다. 국수집이 생겼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국수는 장수를 상징한다 하지 않던가? 국수 먹으면서 장수할 수 있는 곳이 더 생겼으니 좋은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