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동의 동오마을 먹자 골목도 인근에서는 꽤나 유명한 곳이다. 규모가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근처에 경전철 정거장도 있고, 시외버스 터미널도 있어 나름의 입지도 좋은 편이다. 금오동의 먹자골목이 민락동이나 옥정에 밀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동오마을 먹자골목은 아직도 건재하다. 로컬 상권이란 것이 화려하진 않아도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경제적으로 봐도 내수 경제가 굳건하면 외부의 영향을 덜 받기 마련이다. 무역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게는 남에 일이지만 말이다.
동오마을 먹자골목의 외곽쪽에 이 스시집이 있다. 이름하여 '민스시'이다. 밖에서 봤을 때는 투다리 같은 선술집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들어오니 그렇게 작은 크기의 식당은 아니었고, 분위기도 정통 스시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역시 선입견과 실제 모습은 차이가 있다. 점심 때 방문한 이곳에서 우리는 점심 특선이 아니라 그냥 모듬초밥을 주문했다. 일 인분에 13,000원 짜리 스시 10개가 나오는 세트이다. 여기에 작은 우동과 막기도 나온다. 가성비는 좋은 편이다.
먼저 에피타이저 식으로 우동이 나왔다. 요즘 일식 우동은 어딜가나 맛이 비슷하다. 우동 국물을 사서 만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긴 누가 요즘 우동다시를 직접 우려내겠는가? 하지만 이집은 달랐다. 사서 하는지, 직접 우려내는지 몰라도 다른 집들과는 분명 다른 맛이 났다. 좀 덜 달고, 좀 진하다고 할까? '왠지 정통의 맛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정통의 맛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만 말이다. 우동을 먹고 있자면 드디어 대망의 스시가 나온다. 다채로운 구성의 10조각 스시이다.
이 모듬 스시보다 조금 돈을 더 내면 생선으로 구성된 정통 스시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일단 이집의 맛을 먼저 봐야겠기에 노멀한 구성이 더 필요했다. 전체적으로 색감이나 비주얼, 그리고 크기는 괜찮았다. 밥 양이 많지 않아 먹기에 부담도 없었다. 맛도 아주 훌륭했다. 스시는 재료와 초밥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데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제대로 된 스시 맞았다. 동네 골목에 있는 스시집이라 하기엔 주인장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보통 자랑삼아 자기가 어디서 일했다던지, 어디서 스시를 배웠다던지 붙여 놓는 집들도 있는데 여긴 그런 정보가 없었다.
함께 간 아들들은 이 정도 양으로 배를 채우기 어려울 듯 하여 새우튀김도 주문했다. 일식의 커다란 또 하나의 기둥은 튀김이 아니던가? 새우튀김은 어쩌면 튀김 중에서 왕같은 존재다. 그런데 이집에선 이마저도 맛이 좋았다. 참 신기한 일이다. 기대하지 않고 가서 그런가 감동이었다. 심지어 입가심 비슷하게 먹는 막기도 맛이 좋았다. 이러면 곤란한데 말이다. 자주 와야 할 것은 압박감이 생기는데... 어쨌든 손님 입장에서 내 돈을 내고 먹는데 이렇게 맛좋고, 푸짐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예상치 못한 만족이 주는 행복감도 좋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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