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으로 여행을 갔다면 당연히 해산물과 생선회로 저녁 만찬을 즐기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어딜 가든 이런 저녁거리는 만날 수 있다. 이젠 굳이 현지에 왔다고 그렇게 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주문진을 참 좋아한다. 뭔가 호젓하고, 넉넉하고,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 처음엔 현지인들이 많이 들어가는 곱창집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현지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곱창을 먹는다는 것은 좀 용납되지 않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어슬렁 거리다 이집을 만났다. 예전에도 왔었는데 저녁 8시쯤에 들렀더니 이미 저녁이 마감되었다는 말을 들었던 곳이다.





이름은 '삼미식당'이란 곳이다. 여기에서 딸들이 차려주는 가성비 좋은 술 한 상인 삼미 이부를 주문했다. 일 인분에 20,000원이면 아주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과한 가격은 아니리라. 어떤 음식들이 나올지 궁금해 하면서 기다리는 재미도 있고, 아주 고급진 호텔에서 코스요리를 먹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 아주 만족스러웠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가장 감동적인 양배추 샐러드 였다. 글쎄 이게 뭐라고... 후라이드 치킨집에 가면 늘상 보는 바로 그 흔한 메뉴이지만 가장 익숙하고, 맛난 음식이다. 집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절대 먹지 않은 양배추 샐러드로 칼칼한 목을 축일 겸 소주 한 잔을 했다.





뒤이어 기억도 가물가물 할 정도로 이것 저것 많이도 나왔다. 절대 양으로 음식을 먹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물회와 가리비구이 그리고 가장 먹을거리가 많았던 밀푀유나베 까지 나왔다. 밀푀유 나베가 국물이 있어 소주 안주로도 그만인데 별 것 아닌 것 같은 음식이지만 감동은 참 크다. 국물도 간간하니 좋고, 배추와 샤브 샤브로 익힌 것 같은 소고기도 아주 훌륭했다. 솔직히 의정부 어디에선가 밀푀유 나베만 주문했는데 이것보다 양도 적고, 맛도 별로였는데 가격은 2인분에 5만원 가까이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런~ 그냥 그렇고 그런 코스가 아니라 가격 대비 아주 알차게 만든 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밀푀유 나베가 나오는 순간 이젠 끝났다 싶었는데 접시에 낙지 볶음과 밥이 나왔다. 주먹밥을 셀프로 만들어 먹으라는 코스였다. 이런 센스가 있나! 하긴 여기까지 오면서 아직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못했으니 이런 구성이 일리가 있다. 물론 아주 고급지다 하기엔 좀 그래도 이렇게 다양한 구성이 있으니 감동이 어찌나 밀려 오던지... 우린 이미 이 때 소주 두병이 넘게 들어가고 있었다. 여긴 안주가 좋은 곳이기에 술도 넉넉하게 들어가는 주당들의 선순환 구조의 식당인 셈이다. 밀푀유 나베는 좀 남겨두고 주먹밥을 셀프로 만들어 먹으며 이젠 더 뭔가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우리끼리 했다.





그런데 마직막이라며 앙증맞은 튀김들이 나왔다. 아주 고급진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마지막까지 뭔가 해주려는 주인장의 마음이 읽혀진다 해야 할까... 사실 주당들의 경우 이미 이 정도 코스까지 오면 안주는 산너머 먼 이야기가 된다. 술에 술을 안주로 마시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느껴진다. 앞서 본 딸들이 차려준 한 상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없으니 여기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일까? 배도 부르고 술도 부르고 넉넉하면서 만족스러운 바닷가의 저녁이다. 우린 이 자리를 마치면 바다 냄새 맡으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처음 바다을 봤을 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항상 우리는 반겨주는 것 같은 곳이다.


그런데 정말 마지막이라며 소시지 양파 볶음도 나왔다. 이건 빨간 소시지로 우리가 흔히 비엔나 소시지라 부르는 급식 이전 세대들의 도시락 최애 반찬이던 녀석이다. 한 입 먹어보니 케찹으로 일본의 나폴리탄 스파게티 처럼 만든 달달한 정말 학생들의 도시락 반찬같은 메뉴였다. 참 별 것 아니지만 감동이 되는 순간이다. 이러면 술을 더 먹어야 하는데 그러면 다음 일정에 차질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결국 우리는 다음에도 여길 와서 다시 한 번 더 도~전 하기로 했다. 참 좋은 주문진에서의 밤이다.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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