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으로 요즘 핫한 곳은 양양이 아니라 주문진 인 것 같다.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강릉의 읍 소재지 이지만 자꾸 큰 건물들이 들어서고, 뭔가 볼거리가 생기는 모양이다. 속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지나가는 나그네 눈에는 분명 잘 돌아가는 동네의 비주얼이다. 여기에 아주 가성비 좋은 훌륭한 숙소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레지던스 스타일의 호텔인데 무인으로 운영되는 전형적인 모던 숙박업소다. 거기에서 편하게 잠을 자고, 다음날 또 다른 막국수 집을 찾아 길을 나섰다. 그렇게 길을 잡고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이집을 발견했다. 주문진이라는 지역명을 앞에 건 '주문진 막국수 집이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실내는 엄청 넓었다. 한창 때는 이 넓은 홀이 손님들로 가득 차기도 하는 모양이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가 갔을 때는 그렇게 복잡한 상황은 아니었다. 우리는 리뷰에서 맛나다고 평한 만두국과 물 막국수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실내를 천천히 돌아보니 막국수 집이라기 보다는 횟집같은 분위기였다. 막국수 집과 횟집이 어떤 느낌으로 다른지 딱 설명하긴 그렇지만 아무튼 그렇게 느껴졌다. 뭐랄까 그냥 국수 한 그릇 때리고 나가기 보다는 막걸리나 소주 같은 주류를 반드시 먹어야 할 것은 그런 느낌이랄까? 편하다는 말도 되고, 선술집처럼 느껴졌다는 의미도 되겠다.




만 원짜리 물 막국수는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아주 시원해 보이는 것이었다. 거기에 과하다 할 정도로 김가루가 뿌려져 있다. 아마도 이런 방식이 주문진 식인가 보다. 다소 검은 빛이 도는 면발은 100% 메밀은 아닐 것이란 합리적인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별다른 고명은 없었지만 양은 꽤나 많았다. 막국수는 원래 슴슴한 동치미 육수만 있어도 맛나게 먹던 음식이었다. 이런 정도의 고명과 구성이라면 아주 훌륭한 만찬이 된다. 육수의 맛은 뭐랄까 다소 싱거운듯 하면서 시큼한 맛이 강한 것이었는데 언뜻 냉면 육수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면발은 동네에서 자주 보이는 봉평막국수의 그것과 아주 흡사했다.




막국수에는 별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단골인 포천의 철원막국수에는 달달하면서 시큼한 무절임, 일종의 무김치가 그렇게 맛나서 한 두 번은 분명 리필하여 먹곤 하는데 여긴 그런 무조림은 없었다. 다만 다른 반찬들이 있었고, 손님들이 알아서 리필할 수도 있다. 시큼한 무 김치와 메밀면은 역사적으로 궁합이 잘 맞는다고 들었다. 자칫 배탈나기 쉬운 메밀의 독한 성분을 무가 잡아서 중화시킨다나 뭐라나... 이 말이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입 안에서 궁합이 괜찮은 것이 사실이다. 어느 막국수 집이나 무김치를 주지 않는 곳은 거의 없으니 얼추 맞는 말일 것이다.




맛나다는 만두국은 다소 늦게 나왔는데 언뜻 봐도 공장만두였다. 좋은 공장에서 만두를 가지고 오는 것인가 보다. 요즘 공장 만두의 특징은 대부분 너무 달고, 조미료를 많이 넣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날 먹은 만두는 그런 점에서 보면 덜 달고, 덜 조미료를 넣은 것 같았다. 이런 만두는 호불호가 거의 없다. 안 먹는 사람이 없을 것이란 말이다. 사골 육수에 들어간 만두와 떡은 오늘이 무슨 잔칫날이나 명절날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절에 떡만두국을 먹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여러 사람이 함께 뜨끈한 음식을 나누기에 가장 적당한 음식이 만두국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날 여행도 명절인 셈이다.

'맛있고 행복한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잠을 거의 자기 못하고 깬 피곤한 아침에 예상치 못한 만족을 준, 포천시 선단동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0) | 2026.05.04 |
|---|---|
| 100% 메밀로 면을 만드는 춘천의 진정한 고수 막국수, 춘천시 동산면 새술막 막국수 (4) | 2026.05.02 |
| 현지 맛집의 위력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감동의 저녁회식, 고성군 거진읍 거진포구 (0) | 2026.04.30 |
|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웍질하는 소리가 진동하는 정통 중국음식, 포천시 소흘읍 태연반점 (2) | 2026.04.26 |
| 냉면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길목에서 만난 가성비 좋은 식당, 양주시 송랑로 신비면옥 (4) | 2026.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