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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돼지곱창의 성지라는 대구의 안지랑 곱창골목에서 유명하다는 맛집, 대구시 대명로 성주막창

by jeff's spot story 2024. 11. 18.

일부러 대구에 가려고 길을 나선 것은 아니었다. 처음 계획은 밀양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거기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밀양의 케이블카는 입구에서부터 너무 차들이 많아 들어가지도 못했다. 아마도 산 중턱에 주차장을 만들다 보니 많이 몰리는 차들을 수용할 수 없었는가 보다. 근처에 있는 사설 주차장을 이용해도 되지만 그렇게 차를 세우면서까지 가야 하나 싶어 그냥 차를 돌렸다. 사실 케이블카는 요즘 여기 저기 참 많이 있다. 굳이 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막상 차를 돌리고 나니 어딜가나 싶어 일단 서울방향으로 가다가 예전에 대구에 갔지만 곱창을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무작정 대구로 향했다. 우리는 곱창골목이 유명하다는 사실만 알고 왔지 어느집에 갈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길을 걷다보니 어딜 가야하나 싶었는데 규모가 크고, 검색해 보니 맛집이라는 평이 많아 이집으로 들어왔다. 이름은 성주막창이다. 곱창과 막창은 분명히 다른 부위인데 여기도 곱창처럼 그렇게 맛이날까 싶었다. 하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유명세를 타는 집이라 기대하는 바가 컸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갔더니 아직 손님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우린 어떻게 주문하지 몰라 종업원의 권유대로 소금막창 2인분과 양념막창 1인분을 주문했다. 여기는 기본이 3인분을 주문해야 한단다. 

 

그렇게 단촐한 막창이 한 접시 나올줄 알았는데 반찬이 계속 나왔다. 이것만 있어도 술 안주 할만하다 싶을 정도의 반찬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떡볶이와 오뎅은 그 자체로 전문점의 그것과 맛이 비슷하다 할 정도였다. 우리가 주문한 막창이 나왔는데 비주얼이 우리가 알던 그 막창이 아니었다. 원래 막창은 이렇게 생겼는 모양이다. 우린 항상 잘라져 있거나 네모낳게 생긴 막창만 봤는데 말이다. 커다란 팬 위에서 막창을 굽는 방식인데 마치 춘천의 닭갈비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이었다. 식당이지만 조명이 주점처럼 어두워 사진은 좀 그렇게 찍히기는 했다. 

 

소금막창은 말 그대로 생 막창에 소금만 양념한 것인데 양념막창은 이미 다 만들어진 것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감자튀김이 있다. 이건 뭐 서비스의 향연이다. 튀긴 음식으로 한 번 듬뿍 빠져보라는 그런 메시지 같았다. 이런 식의 막창은 전에 어디서도 먹어 본 적이 없다. 막창은 익는데 의외로 시간이 상당이 걸린다. 아마도 이집에서는 그 시간 동안 손님들이 술 한 잔 할 수 있게 이런 저런 서비스 메뉴를 고안한 모양이다. 우리가 이 정도 먹을 무렵엔 식당 안에 손님들이 거의 다 들어찼다. 역시 유명한 맛집이 맞긴 하나보다. 평일 밤에도 이렇게나 많은 손님들이 오다니 말이다. 

 

이렇게 오뎅국물이 나오는 줄 알았다면 된장찌개는 따로 주문하지 않았을텐데 그것은 실수였다. 막창에서 나오는 기름에 콩나물이나 김치까지 구워 먹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완전 안주의 천국이다. 이래서 가성비 좋고 맛난 집이라 하는 모양이다. 요즘들어 많이 느끼는 것인데 이상할 정도로 경상도의 물가가 수도권보다 많이 싸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딜가나 경상도 쪽은 물가가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대전에서도 이런 말을 하긴 했는데 그럼 지방은 다 저렴하고 서울과 경기도만 비싼가? 이런 저런 얘기는 하는 동안에 드디어 우리가 기대했던 막창이 먹기 좋게 익었다. 

 

잘익은 막창을 함께 준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룰이다. 맛은 뭐랄까 고소함의 극치라고 할까? 고소함과 쫄깃함이 입안에서 터지는 맛이다. 질겅거리는 식감은 그대로 술을 부른다. 여기서도 소주 한 잔은 필수라 하겠다. 막창의 맛이 좋으니 다른 안주는 사실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워낙 반찬인심이 후한 곳이라 우리는 떡볶이나 오뎅을 함께 꾸역 꾸역 먹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이 팬에 밥을 볶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단한 위장들이다. 술이며 반찬이며 막창이며 먹다 보면 어느덧 배속은 꽉차 오른다. 술도 거하게 오른다. 성주막창은 즐거운 공간이 맞다. 

 

질릴만도 한데 우린 다른 것은 몰라도 막창은 다 먹었다. 이런 맛은 다시 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도 대구막창이라는 상호의 식당이 있다. 하지만 여기와는 완전 다른 막창요리를 내온다. 그런데 왜 대구막창이라는 상호를 사용했지? 어쩌면 대구가 막창이나 곱창으로 유명세를 타니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린 것일 수 있다. 음식의 구성을 보면 아재들이 많을 것 같은 곳이지만 의외로 젊은 여자손님들이 많았다. 직장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오늘 하루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막창을 씹으면서 위로받는 것이리라. 거기에 적당히 누군가도 함께 씹으면서 말이다.... 이런 하루의 마무리 참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