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니 한식으로 점심을 먹는 것이 제일 무난한 듯 하다. 덥지만 찌개 하나 놓고 밥을 먹는 것이 속도 편하고, 든든하여 오후를 견딜만 하다. 하도 물가가 올라서 이젠 백반집도 예전의 가격으로 갈 수 있는 곳도 없고, 그러다 보니 어딜 갈 것인지 더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이날 간 집을 그렇게 고민하다 고른 된장찌개와 청국장이 맛나다는 곳이다. 선단 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식당으로 청국장과 보리밥이 전문이란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갔지만 역시나 소문난 곳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거의 전 좌석을 점령하고 있었다. 늦었다면 먹지도 못할 뻔 했다.
우리는 세트 메뉴인 보리밥과 된장찌개, 보리밥과 청국장을 주문했다. 청국장과 보리밥이 12,000원 이면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물론 밥은 리필을 해주고 반찬도 마찬가지라 양이 많은 사람이라면 든든하게 속을 채울 수 있어 차라리 이런 가격이라도 양 많은 곳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렇게 주문하고 잠시 앉아 있노라니 밑반찬과 고추장을 가져다 준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보리밥에 나물들을 넣고 청국장 국물도 한껏 넣고 밥을 비벼 먹는 것이 가장 정석적인 방법일 것이다. 보리밥과 청국장을 먹으면 속이 편해서 다음날 화장실가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거의 꽁보리밥에 가까운 밥이 나왔다. 쌀은 10~20% 정도밖에 안 들어간 것 같다. 거기에 미리 나온 나물 반찬들을 듬뿍 넣었다. 반찬계의 개근상 콩나물과 무채나물, 취나물과 호박까지 넣었다. 참기름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고추장 역시 한껏 넣고 대망의 청국장 국물을 두 스푼 정도 넣었다.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는 느낌이 살짝 들 정도로 국물이 자작해지는 것이 참 즐겁다. 그리고 열심히 비벼준다. 보리의 갈색의 고추장으로 붉게 변하는 순간이다. 비비는 내내 입안에는 침이 고여 연신 꿀꺽 삼키게 된다. 누구나 이럴 것이다.비빔밥을 먹는 한국사람은 누구나 말이다.
보통 청국장 전문점에 가면 간은 거의 되지 않아 소금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그렇지 않았다. 간이 세다 할 정도로 되어 있었다. 물론 MSG 맛도 났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조미료 맛이 나야 제대로 먹은 것 같기 때문이다. 뜨끈한 청국장 국물이 더운 날씨임에도 참 반가웠다. 우리 몸에 좋은 청국장을 제대로 맛을 알고 먹은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였다.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맛이다. 하지만 한 번 빠지면 다른 어떤 음식으로도 대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몸에 너무 좋다. 먹기 전부터 몸도 그런 사실을 아는 듯 하다. 한 숟가락도 뜨지 않았는데 이마에 살짝 땀이 맻히는 기분이다.
완성된 비빔밥을 청국장 국물과 함께 정신없이 떠 먹었다. 참 맛나다....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반찬 하나 하나가 모두 제 몫을 다 해주고 있었고, 한데 어우러져 팀웍의 맛을 자랑하고 있었다. 청국장에 들어간 두부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두부 자체의 맛보다 청국장의 전령같은 역할을 한다. 두부 속에 깊게 밴 청국장의 메시지가 먹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 밥이 다소 많다 싶었지만 금새 다 먹어버렸다. 보리밥도 많이 먹으면 살 찌겠지? 하지만 이날만은 예외로 하자! 맛있게 먹으면 칼로리가 없다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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