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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감자탕도 여러 버전이 있다. 콩비지가 듬뿍 들어간 특이한 감자탕, 포천시 선단동 조박사 감자탕

by jeff's spot story 2024. 8. 1.

어쩌면 가장 푸짐한 한 끼가 감자탕일 수 있다. 예전에 좋아했던 선배가 그렇게나 감자탕을 즐겨 먹었다. 그 선배 말로는 감자탕만큼 만족을 주는 음식이 별로 없다고 했다.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뜯어 먹고 난 후엔 진하게 우려낸 육수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서 또 다시 포만감을 즐긴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 감자탕은 지금처럼 뼈에 고기가 많이 붙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어찌나 고기가 많은지 그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거기에 밥을 말아 먹는 진한 국물이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그말이 참 와 닿는다. 

 

그런데 그런 감자탕도 정말 다양한 버전이 있다. 우리가 이날 방문한 감자탕집은 다른 어디서도 보기 드물게 콩비지를 아주 듬뿍 넣어주는 곳이었다. 선단동에 있는 조박사 감자탕이다. 어찌나 콩비지를 많이 넣는지 과연 이것이 감자탕인지, 콩비지 탕인지 헛갈릴 지경이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우거지가 아니라 시래기를 엄청 넣어 준다는 것이다. 보통 감자탕에는 배추잎으로 만든 우거지를 많이 넣어 주는데 말이다. 이런 특색있는 조합으로 이집을 찾는 단골들이 꽤나 있다 들었다. 매운 감자탕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지만 이집은 콩비지를 넣어 부드럽고, 구수한 맛으로 승부를 건다. 

 

개인적으로는 맛도 맛이지만 식당에서 바라보는 뷰가 아주 맘에 들었다. 선단동 지영사 사거리라 알려진 대로변이 훤히 내다 보이는 모퉁이에 식당이 있다 보니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는 것 같다. 이런 집에서 역시 매운 감자탕 보다는 부드러운 콩비지로 만든 감자탕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콩비지를 넣다 보니 좀 오랜 시간 끓여야 제맛이 나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는 익혀 나오는 것이 감자탕이라지만 여기에선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미덕이 필요하다. 특이한 감자탕을 먹기 위해서는 약간의 인고가 필요한 법이다. 

 

어느 정도 끓고 나면 드디어 먹는 타이밍이다. 부드러운 고기와 구수한 국물이 정말 소주 한 잔 진하게 부르지만 점심시간에 갔으니 참기로 하고 묵묵히 고기와 국물을 먹어 나갔다. 따로 밥을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진한 맛이었다. 콩비지는 청국장이나 된장찌개와 어울리는 재료인줄 알았는데 영 아니었다. 감자탕도 너무나 잘 맞았다. 이런 생각을 처음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어느 정도 먹다보니 대 사이즈의 감자탕도 금새 바닥이 드러났다. 우린 결국 고기와 시래기를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먹는 둥 마는 둥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역시 마지막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그리고 견디기 힘든 바로 그 볶음밥이었다. 구수한 국물에 밥을 볶으면 당연히 쌀이 가진 단맛과 잘 어울릴 수밖에 없다. 솔솔 뿌린 김과 참기름의 조화가 말 그대로 치명적이었다. 다들 배가 부르네, 더는 못 먹네 하다가 숟가락 들고 달겨들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었다. 과연 감자탕의 진화가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싸고 푸짐하다는 인상이 강했던 감자탕이 훌륭한 요리가 된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만든 놀라운 변신이었다. 점심이 아니었다면 아마 우리는 이미 테이블 옆에 소주병을 꽤나 진열하고 마시고 있었을 것이다. 하긴 여기에선 그래야 맞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