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고 행복한 곳...

더워도 끌리는 진한 국물과 칼국수의 조화, 성남시 분당 정자역 명동칼국수 샤브샤브

by jeff's spot story 2024. 8. 4.

성남 분당 수내역 인근에 이렇게 많은 직장과 학원이 있는지 몰랐다. 서울 종로나 강남역 사거리 같은 분위기가 여기도 있었다. 수도권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았다. 첨단 산업 기업과 새로운 콘텐츠의 사업이 즐비한 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일 것이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라며 우리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아침부터 여길 찾았다. 무슨 면접이 점심을 먹어가면서 한다고 하여 우리도 어딘가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차를 몰고 다니다 우연히 찾은 집이 바로 이집이다. 이 더운날 무슨 칼국수냐 하겠지만 그래도 끌리는 진한 국물 생각이 더 강했다. 

 

요즘엔 더운 국물을 하는 식당이라 해도 워낙 냉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 큰 걱정이 없다. 이집도 마찬가지였다. 칼국수는 겨울에 먹으면서도 땀을 흘리는 대표적인 뜨거운 국물의 음식이다. 만일 냉방시설이 없다면 들어 왔다가도 바로 나갔을 것이다. 메뉴판을 봤는데 동네가 그렇게 번화가임에도 가격이 참 착한 편이었다. 명동칼국수는 8,000원이고, 함께 주문한 떡만두국도 그랬다. 가성비는 정말 좋은 집이다. 곱배기를 주문해도 명동칼국수가 9,000원 밖에 안 된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오히려 변두리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가격이 저렴하다 해서 비주얼이나 맛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명동칼국수를 한참 먹었던 20여 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집의 것이랑 정말 비슷했다. 그 때 우리 가게 근처에 명동칼국수 집이 있어 일주일에 두 세번은 꼭 이 칼국수를 먹었었다. 명동칼국수의 매력은 진한 고기 국물이다. 그리고 칼국수 치고 부드러운 면발이 특징이다. 마치 라면처럼 육수에 칼국수 면을 바로 넣고 끓인 것 같은 식감도 특색있는 것이다. 실제 명동에 가서 먹었던 칼국수보다 이렇게 동네에서 먹은 명동칼국수가 더 맛났다는 기억이 있다. 기분 탓일까?

 

김치는 겉절이 상태로 담근 것인데 MSG  맛이 강하게 났다. 그래서 맛이 좋았다. 시원한 겉절이는 역시 조미료가 듬뿍 들어가야 제맛이다. 좀 달긴 했지만 그래도 칼국수의 짝궁으로 이 정도면 훌륭한 맛이었다. 그런데 정말 대단한 것은 이집의 만두였다. 만두굿에 들어간 만두들이 거의 터져 있었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한 개 집어 먹어보니 이건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맛이었다. 뭐랄까 돌아가신 장모님이 해주신 것 같다고 해야할까? 생긴 것은 분명 공장만두인데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고 덜 자극적인 양념이 되었을까? 설마 이집에서 만두를 직접 만들까? 그건 아닐텐데 말이다.

 

나중엔 서로 칼국수와 만두국을 바꿔 먹었을 정도로 만두가 맘에 들었다. 원래 만두란 음식이 이북에서 먹던 것이라 했다. 그래서 서울이나 그 아래 남쪽 지방 사람들은 만두를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자주 먹었던 우리 같은 북부지역의 사람들에게 만두는 어릴적 추억을 소환하는 일종의 소울푸드이다. 진한 국물의 칼국수와 소울푸드가 다 맛이 좋으니 분당에서 기대하지 않은 힐링을 한 셈이다. 가격이 비싸다고 다 맛난 것이 아니고 유명하다고 다 값이 비싼 것도 아니다. 역시 제일 좋은 것은 적당한 가격에 감동을 주는 맛이다. 당연한 이치인데 식당하는 사람들에게 이건 참 힘든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