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거진항으로 여행을 다닌지도 10년이 넘었다. 예전엔 속초나 강릉으로 주로 갔지만 이젠 동해안하면 고성을 빼고 이야기 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만큼 만족을 주는 곳이다. 한 때는 양양이 그렇게 핫한 곳이란 말을 들었지만, 이젠 그런 명성이 서서히 고성으로 옮겨 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해안의 도시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우린 정말 10년 만에 이집을 다시 찾았다. 이름은 거진항의 명물, '거진포구'이다. 따로 메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잡히는 산지의 싱싱한 횟감으로 요리를 해주는 전형적인 오마카세 같은 집이다.






가게 입구 어항에는 그날 들어 온 싱싱한 횟감과 해물이 가득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어른 주먹보다 큰 자연산 멍게였다. 이렇게까지 큰 멍게는 전에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신기한 듯 해물들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가게로 들어갔다. 안주가 나오는 동안 간단하게 먹으라며 주인장이 내어 준 것은 그렇게나 몸값이 비싸다는 독도새우, 즉 딱새우였다. 한 마리에 거의 만 원은 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비싼 것을 에피타이저로 내어 준 것이다. 이렇게 황송할 수가... 역시 현지 단골집이 정답이다. 해산물은 이렇게 현지에서 제대로 맘좋게 퍼주는 단골집을 하나씩은 만들어 놓은 것이 맞는 일인거 같다.






펄펄 뛰는 새우를 잡아 먹는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사이에 드디어 오늘의 음식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들어 올 때 본 성인남자 주먹보다 훨씬 큰 자연산 멍게였다. 어찌나 멍게 특유의 향이 진하던지, 자연산의 위력을 다시금 알게 된 한 접시였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오늘의 회식은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뒤어 소라와 문어숙회가 나왔다. 문어는 너무나 부드럽고, 고소한 것이 역시 문어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 전까지도 수족에서 아무 생각없이 살아 있던 놈이 나왔는가 보다. 이미 우리의 저녁회식은 만족 그 자체였다. 소주잔이 쉼없이 돌고, 별 것 아닌 이야기들에 빵빵 터지고 전형적인 즐거운 회식의 자리였다.






그렇지만 역시 이날의 주인공은 자연산 회였다. 농어를 비롯한 싱싱한 생선들이 투박하지만 적지 않은 양으로 올라왔다. 고성에서는 간장에 와사비를 넣어 일본식으로 찍어 먹기 보다는 묵은지와 마늘을 함께 싸서 먹음직스럽게 크게 만들어 먹는 것이 법이라 했다. 생선회와 묵은지라... 잘 상상이 않가는 조합이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왜 이렇게들 먹는지 이해가 되었다. 묵은지의 강하고 알싸한 맛이 생선회의 감칠맛을 오히려 끌어 올려주는 느낌이었다. 그 조화가 아주 특이하면서도 강렬했다. 한국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김치와 생선회의 궁합이었다. 여기서 밥 한 공기 달라고 하여 밥도 넣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실제 그렇게도 많이 먹는단다.







하지만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가장 맛난 음식은 마지막에 나온 대구지리탕이었다. 이렇게나 깊은 맛이 나는 국물은 경험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본고장이라는 부산이나 거제에서도 그런 감동은 없었다. 달달하면서 깊은 감칠맛이 혀를 때리는 그 둔탁하면서 강한 경험은 일찌기 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저 숟가락이 바빠진다. 모두들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열심히 숟가락질을 했더니 금새 국물이 바닥이 났다. 남은 국물을 끌어 모아 밥을 볶아 주었다. 이런 별미가 또 없다. 과연 고성의 저녁회식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이런 맛을 보기 위해 우리처럼 불원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사람들이 달려 오는 것이리라. 이날도 역시나 고성의 매력이 더 할 나위없이 빠져든 그런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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