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칼국수 생각이 간절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예전부터 우린 칼국수 하면 바지락 칼국수를 선택했는데 마침 석촌역 근처에 단골들이 많다는 바지락 칼국수 집이 있었다. 같은 이름의 칼국수 집을 몇 번 간적이 있는데 길동에 있었다. 여긴 처음 와보는 곳인데 여기도 황도바지락 칼국수의 본점이란다. 번잡하고 사람 많은 석촌역 바로 앞에 있지만 여긴 발렛파킹이 된다. 즉, 주차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보니 주차를 해주는 직원만 4~5명은 되는 것 같았다.
정확한 관계는 모르겠지만 여기나 길동에 있는 황도나 인테리어나 영업방식이 비슷했다. 아마도 같은 계열의 식당이 아닐까 싶었다. 손님이 직접 보리밥을 가져다 먹는 방법도 같았다. 마침 우리가 간 이날 칼국수의 가격이 11,000원에서 12,000원으로 인상되었다고 했다. 재수가 없는 것일까? 아무튼 인상된 첫 날이라 그런지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아무래도 더 잘하는 것 같았다. 꽁보리밥에 무채나물을 올리고 참기름 살짝 두른 후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아주 단촐한 비빔밥이 이집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게 또 맛이 괜찮다. 중독성이 있다.
우리가 자주 다니는 양주 최고집에 비하면 바지락의 크기나 양은 적은 편이다. 바지락이 어찌나 작던지 재첩인줄 알았다. 그래도 다행히 바지락 국물의 맛은 괜찮았다. 과연 본점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그런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면도 노랑색이었는데 뭘 넣었는지 몰라도 아마도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 같았다. 다른 손님들은 여기에 만두며 수육을 함께 주문해서 먹는 사람이 많았는데 우린 그냥 칼국수만 먹었다. 사실 이것도 다 먹으면 염분 과다에 탄수화물 과다 섭취다. 바지락이 들어간 국물의 특징상 짜지 않으면 맛이 안 난다. 그러니 칼국수 먹는 날은 어느 정도 몸에 미안할 각오를 해야 한다.
김치도 리필이 되고 보리밥에 넣어 먹은 무생채도 리필이 된다. 우리는 김치보다 오히려 무생채가 더 맛이 좋아서 그것을 가져다 먹었다. 크기는 작지만 먹으니 나름대로 맛이 나는 바지락으로 왕창 건져 알을 다 빼고 한꺼번에 먹었다. 바지락은 해감을 잘 해야 하는 법인데 약간 찌꺽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워낙 많은 양의 바지락을 손 보려면 어느 정도 부족한 면도 있으리라... 해감이 잘 안 된 바지락의 식감 때문에 아예 바지락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바지락은 먹기에 까다로운 면이 있다. 하지만 국물은 다른 어떤 조개도 따라오지 못할 그런 맛이다.
짠듯한 칼국수와 역시 짠 김치를 함께 먹으면 참 맛이 좋다. 어쩌랴 이런 조합으로 먹어야 하는 것을... 손님들이 계속 들어 오고 웨이팅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든든하게 탄수화물을 제대로 흡입하고 나가게 되었다. 밖에 나가니 우리 차가 골목을 돌아 엉뚱한 곳에 서 있었다. 이곳은 주차하는 사람들이 동네를 다 돌면서 빈 자리에 요긴하게 잘도 손님 차를 세우는 모양이다. 하지만 서울처럼 주차가 어려운 곳에서 이런 배려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맛이 좋은 식당, 주차를 잘 해주는 식당... 글쎄 손님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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