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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전통이 있는 깊은 국물로 많은 손님들에게 감동을 주는 설렁탕, 수원시 구운동 장터설렁탕

by jeff's spot story 2024. 9. 25.

수원은 일 때문에 정말 자주 가는 먼 도시이다. 사실 같은 경기도에 있고, 도청소재지이다 보니 친근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 북부에서 수원을 가자면 그 여정이 정말 고난의 연속이다. 거리도 거리지만 가는 루트가 너무나 막히고 밀리는 교통지옥과 같은 코스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차라리 여기서 이렇게 저녁 무렵에 일이 끝나면 자고 가는 것이 낫겠다 싶을 때가 있다. 아무튼 이 날은 그렇게 저렇게 수원에서 일을 보고 만나야 할 사람도 있어 저녁 무렵까지 머물러야 하는 날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수원에서 좀 구시가지라 할 수 있는 구운동 근처였다. 

 

구운동의 터줏대감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오래된 식당이라는 이집을 찾아 갔다. 이름은 장터설렁탕이다. 설렁탕은 우리네 전통을 상징하는 국물요리지만 사실 조선시대에는 없었던 음식이란다. 장터에서 누구나 자리 잡고 앉아 고기국물에 밥을 말아 먹은 것이 그리 오래된 역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전통적인 설렁탕 집의 특징은 인위적인 맛이 별로 없는 다소 단순하고 담백하다는 느낌이 강한 맑은 국물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도 어느 정도의 조미료는 사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에서 느껴지는 너무나 담백한 국물의 맛은 전통이라는 이름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우리는 뭔가 다른 행동양식으로 나갔다. 설렁탕을 주문하지 않고 해장국과 모듬 수육을 주문했다. 수육은 고기 중에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해장국은 선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이렇게 설렁탕을 파는 전통적인 식당에서 수육에 소주 한 잔 하는 것이 어쩌면 로망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아마도 많을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이런 식으로 술을 자주 즐겨 마셨다. 하지만 이젠 추억처럼 지나간 자리가 되었다. 소고기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글쎄 주변에 그렇게 즐길 만한 식당도 별로 남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집의 선지해장국은 청진동의 그것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구수한 국물이다. 요즘 유행하는 양평해장국이라는 이름의 아주 강렬하고 자극적인 뻘건 국물의 해장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국물이다. 청진동에서 처음 선지해장국을 먹었을 때 받았던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선지라는 다소 생소한 식재료와 친해진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하다. 구수하고 진한 국물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설렁탕 만큼이나 마니아가 많다. 자극적이지 않은 해장국은 정말로 해장이 된다. 그리고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너무나 자극적인 요즘 해장국들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라면 이런 국물은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모듬 수육은 식지 않도록 휴대용버너와 함께 준다. 한 가지 부위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도가니와 양지와 우설까지 다양한 부위가 들어 있다. 이것 저것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고기의 몸값이 비싼 만큼 수육의 값도 무척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날 한 번은 이렇게 진한 소고기 수육의 맛에 빠지고 싶다. 소주가 말 그대로 술술 들어간다. 처음 식당에 들어 갈 때는 몰랐는데 밥 때가 되니 이 큰 실내가 손님들로 꽉 들어찼다. 우리는 술 손님이다 보니 수육을 놓고 세월을 낚고 있지만 다들 한 그릇 뚝딱하고 나가는 모습이었다. 과연 명물허전이구나... 전통이 살아 있는 진한 국물의 설렁탕 집은 어쩌면 지역의 보배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