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 사는 친구가 오랫만에 초대를 했다. 다른 일정이 없다면 술 한 잔 하면서 하룻밤을 보내고 와야겠지만 이번엔 그게 어렵게 되었다. 다음날 일찍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이 없다 하여 맛있는 음식까지 먹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친구가 추천한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바로 이집이다. 흔한 아이템은 절대 아니지만 색다른 맛을 즐기고 싶다면 찾는 이들이 줄을 서게 되는 집! 바로 송어횟집이다. 남한강 송어횟집은 여주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맛집이란다.
정말로 남한강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가든 같은 집이다. 아마 여름무렵엔 손님이 엄청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을씨년스런 지금은 강변에 사람이 없다. 다만 우리처럼 송어를 먹기 위해 이집을 찾는 매니아들이 올 뿐이다. 송어회는 바다회와는 정말 다른 식감이다. 그리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물가가 많이 오른 탓인지 이집의 송어회는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여러 반찬들이 곁들여지는 것이 여느 횟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푸짐한 구성이었다.
특이하게도 감자떡이 나왔는데 이집에서 직접 만든단다. 이런 정성을 들이다니... 잠시 기다리자니 드디어 오늘이 주인공 송어회가 나왔다. 언뜻 봐도 싱싱하고 색감좋은 맛나 보이는 송어회였다. 이 정도 양이 삼 인분이라니 결코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닌가 보네 하는 반전의 생각이 다시 들었다. 송어회는 먹는 법이 있단다. 먼저 야채와 초고추장, 마늘, 된장 등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 다음에 거기에 회덮밥처럼 송어를 찍어 먹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아주 훌륭한 맛을 보장해 주었다. 원래 송어회를 이런 방식으로 먹었던가? 하는 기억을 더듬는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양념장이 아니라 그냥 간장에 와사비 넣고 찍어 먹어도 된다. 어떤 방법이든 본인이 취향대로 하는 것이다. 송어회를 소주 한 잔 없이 먹는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든 일이긴 했다. 그것은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즐겁고, 재미있는 대화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한 시간 남짓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사라지고 말았다. 우린 멍하니 남한강을 바라보는가 하면, 각자의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기도 했다. 왜 남자들은 술없이 대화하기 힘들까? 맛있는 음식이 있는데도 뭔가 부족하다 느끼는 이유가 뭘까? 존재론적인 질문을 다시금 해 보게 되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매운탕도 주문했다. 친구가 주인장을 아는터라 서비스로 우동사리도 넣어졌다. 민물매운탕은 국물요리의 진리같은 존재다. 어린애들은 알 수 없는 아재들의 성지같은 음식이다. 하지만 아재들에겐 이만한 먹거리가 또 없다. 하지만 역시나 소주 없는 매운탕은 진열된 요리같이 무미건조한 느낌이긴 했다. 안 되겠다, 다음에 다시 와야 겠다. 이런 좋은 음식은 궁합이란 것이 있다. 음식과 맞는 오늘 부족했던 그 무엇을 반드시 채우리라 그렇게 다짐했다. 새해 들어 처음 하게되는 비장한 각오가 이것이라니 좀 우숩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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