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앞의 길로 매일 출퇴근을 하니 이집을 모를 수가 없다. 문을 연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왠지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부대찌개 집이었다. 소세지와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아들과 아내를 위해 가끔식 의정부까지 나가서 부대찌개를 먹고 오곤 했지만 오늘만은 지나가며 만났던 이집으로 가고 싶었다. 누군가 내게 말했었다. 이집이 괜찮다고... 지나가며 보면 식당 앞에 그리 많은 차가 서 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맛이 좋을 것 같았다.
대진대를 조금 지난 곳에 있는 이집은 큰 길가에 있어 노출도는 정말 높다. 앞에 널직한 주차장도 있고, 신호등이 바로 앞에 있어 들어가기도 좋다. 밖에서 보면 꽤나 큰 집 같은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아담하다는 느낌이 드는 전형적인 식당의 모습이었다. 어제부터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다 뭘 건드렸는지 시간이 잘못 표시되어 나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2018년 6월20일이라니.... 체인점 식당인지라 아마도 인테리어는 모든 체인점이 같은 분위기를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메뉴도 그럴 것이다. 부대찌개라는 음식이 미군부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의정부도 그래서 이 메뉴가 발달한 것이고 아마도 그런 논리라면 송추도 미군부대와 밀접한 곳이니 그럴 수 있다.
이집의 특이한 점은 간단한 먹거리인 잔치국수가 샐러드 바처럼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사람은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에 국수로 먼저 에피타이저를 즐길 수 있다.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부대찌개 집 중에 이런 에피타이저를 제공하는 곳을 전혀 본적이 없다. 그러니 이집은 나름의 영업 전략으로 손님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또 한가지 장점은 라면사리를 무조건 한 테이블에 하나씩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는 당면 사리도 주문했는데 그 값도 따로 받지 않았다. 실수인지 원래 그런 영업전략인지 몰라도 후한 인심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부대찌개가 나왔다. 당면사리가 듬뿍 들어간 내가 좋아하는 비주얼의 찌개였다. 여기서도 그동안 먹었던 다른 집의 부대찌개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 대파와 함께 양배추가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양배추가 들어간 부대찌개도 전엔 먹어 본 적이 없다. 양배추가 어디에나 잘 어우리는 야채이긴 하지만 이렇게 찌개에 듬뿍 넣은 곳은 없는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국물에서 자연스러운 달달한 맛이 났다. 양배추는 많이 끓일 수록 단맛이 나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쑥갓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부대찌개와 쑥갓이라... 어찌보면 안 어울릴 것 같은 이 조합도 나중에 먹다보니 나름의 깊은 맛이 났다. 절대 나쁘지 않았다. 처음 끓기 시작했을 때 국물을 먹어보니 뭔가 모를 빠진 구석이 있는 맛이었는데 끓기 시작하자 주인이 와서 추가 양념을 듬뿍 넣어 주었다. 마늘이며 고추가루며 양념가루며 말이다. 그제서야 드디어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그 빨간 국물의 부대찌개의 비주얼이 완성되어 갔다. 그렇게 빨간 국물이 완성되어 갈 무렵 먼저 당면을 맘껏 건져 먹고 아들 녀석이 기대하던 라면 사리도 투하했다. 부대찌개와 라면 사리의 궁합도 정말 환상적이라 하겠다.
라면이 어디나 잘 어울리는 음식이긴 하지만 이렇게 매콤한 부대찌개 국물과 만나면 정말 환상적인 맛이 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야채와 소시지, 방망이 고기가 많이 들어간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름진 말 그대로 부대찌개 완성되었다. 매콤한 지수도 딱 맞았고, 고소하고 달달한 맛도 적당했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아들은 리필되는 밥을 거의 세공기나 먹었다. 그러고보니 이집의 또 한가지 후한 인심은 밥이 계속 리필된다는 것이다. 일요일 오후 아르바이트 생들이 나오지 않아 혼자 일한다는 사장은 실내를 가득 메운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말 놀랐다. 이 홀안이 정말 손님들도 가득차 단 한자리도 빈자리가 없었다. 우리처럼 이집의 국물맛에 나름의 점수를 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정도의 맛이라면 이젠 굳이 부대찌개를 먹으러 의정부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집에서 먹고 싶으면 포장을 해 가면 되고 아는 사람들과 여기 와서 회식이라도 하고 싶어질 정도의 맛이었다. 맛에서 만큼은 부대찌개 집 중에 거의 상위 클라스가 아닌가 싶다. 시내가 아니라 걸어갈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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