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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비빔국수로 일가를 이룬 집의 내공있는 맛, 연천군 궁평리 망향비빔국수 본점

by jeff's spot story 2024. 2. 12.

한 때 근처에 있는 군인들이나 주민들만 간간히 이용했다는 이집이 이젠 전국적인 비빔국수의 맛집이 되었다. 어쩌면 연천의 궁평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있어도 망향비빔국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유명한 맛집이라 하겠다. 우리가 아는 비빔국수는 고추장과 고추가루를 위주로 양념을 하여 투박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집은 그런 기존의 상식과 달리 김치국물을 이용하여 야채수를 섞은 특유의 양념으로 유명해졌다. 이것은 비빔과 물비빔의 중간쯤 되는 특이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맛이 워낙 특이하면서 좋다보니 금새 전국적인 인기몰이를 하게 되었다. 참 부럽기도 하다. 이런 식의 비빔국수를 가끔씩 집에서 해먹곤 했는데 이렇게 큰 사업으로까지 키울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하긴 맛만 있다고 이런 큰 사업체가 되진 않지만 말이다. 궁평리의 본점은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분위기이다. 여기가 과연 식당인지 휴게소인지 의아할 정도다. 이날은 바로 앞에 있는 부대의 장병들 입소식이 있는 날로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 

 

너무 사람이 많다보니 이젠 주문도 반드시 키오스크에서 해야 한다. 예전처럼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키오스크 기기 앞에도 줄이 한참이다. 거 참 비빔국수 한 그릇 먹기 쉽지 않네~ 그렇게 어렵사리 주문을 하고 앉아 있으면 주방 벽에 붙어 있는 전광판에 내 번호가 나오는지 지켜 보고 있어야 한다. 정말 공장에서 제품 찍어 내듯 국수를 만들고 있지만 주문이 워낙 많아서 나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유명한 맛집에서 먹는다는 것은 참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엔 비빔국수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이젠 잔치국수도 먹을 수 있다. 이런 것도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리라. 이집의 비빔국수는 강렬한 붉은색이다. 마치 빨간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다. 이런 색감이 입맛을 자극한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별다른 고명없이 그저 강렬한 붉은빛의 국수와 약간의 국물, 그리고 오이와 양파, 당근같은 야채가 조금 있는 것이 구성의 모두이다. 그런데 참 이런 단촐한 음식이 이상하게 입맛을 땅긴다는 것이다. 거기에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멸치국물 진한 육수가 엽차처럼 제공되는데 그것과 국수의 궁합도 아주 이상적이다. 

 

우리는 만두도 주문했다. 이집에서 비빔국수와 만두를 함께 먹는 것은 일종의 의식같은 것이다. 반드시 거쳐야하는 의무같은 것이다. 공장에서 만든 별다른 특징이 없는 달달한 만두지만 새콤하고 매콤한 비빔국수와 정말 잘 어울린다. 맵고 달달한 것의 조화라 하겠다. 오래 엉덩이 붙이고 앉아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기다렸지만 먹는 시간은 금새 끝나고 만다. 다소 허망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입에 오랫동안 남는 매콤한 비빔국수의 기억이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오늘도 이 먼거리를 오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