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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 년 만에 다시 찾은 떡볶이의 성지에서 다시 예전의 맛을 만나다. 서울시 신당동 미니네 떡볶이

맛있고 행복한 곳...

by jeff's spot story 2025. 10. 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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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한 달에 서너번은 이곳을 오곤했다. 지금과 달리 떡볶이는 체인점이 없었고, 동네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하는 집들이 성업중이었던 시대였다. 그 때 떡볶이 하면 성지처럼 여겨지던 곳이 바로 중구 신당동이다.오죽하면 상호도 필요없고, 신당동에서 떡볶이집을 하는 것만으로도 신당동 떡볶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요사이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떡볶이집들과 달리 당시에는 즉석떡볶이, 즉 손님 테이블에서 떡볶이를 익혀 먹는 방식이 유행이었다. 신당동 떡볶이도 바로 그런 방식으로 먹는 집들이다. 어찌보면 손님들이 조리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 음식이라 하겠다. 

 

추석 명절은 맞은 신당동은 한가한 편이었다. 이것이 명절이라 그런 것인지 인기가 줄어들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떡볶이 집들이 닭발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그랬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마 닭발은 따로 팔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손님들 중에는 외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관광안내 책자에 여기가 소개되어 있는 모양이다. 외국 손님들 대부분이 닭발을 주문했다. 하긴 외국에서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 같은 매콤한 닭발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동대문을 둘러 본 후 집에 가서 다시 제대로 된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그냥 간단하게 기본 4인상을 주문했다. 이러면 가격이 32,000원이다. 처음엔 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나오는 구성을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기본구성에도 떡볶이와 라면사리, 쫄면사리, 튀긴 만두와 삶은 계란 그리고 오뎅과 야채도 있다. 역시나 하나도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재료들이 그대로 살아 있는 채로 나왔다. '이걸 언제 익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버너의 화력이 센편이라 그런지 5분 정도 지나자 익기 시작했고 금새 다 완성되었다. 

 

신당동을 처음 와보는 사람에게는 손님 상에서 익어가는 떡볶이의 모습이 낯설어 보일 것이다. 펄펄 끓는 냄비에서 익어가는 떡볶의 모습은 우리를 추억의 시간으로 소환하는 듯 했다. 이집의 상호는 미니네였는데 여긴 다른 집들과 달리 춘장이 들어가 아주 맵지 않은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런 맛은 우이동에 자주 갔던 단골 떡볶이 집이었던 '가고파' 분식의 그것과 아주 흡사한 것이다. 당시에 가고파 떡볶이를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갔던 기억이 있다. 구수하고, 매콤하면서 재료들의 맛이 모두 살아 있는 제대로 된 떡볶이의 맛이 정말 그리웠다. 

 

다채로운 구성에서 가장 좋아하는 재료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 쫄면사리이다. 즉석 떡볶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쫄깃하고 부드러우면서 양념이 흠뻑 배어있는 맛이다. 많은 양의 떡볶이를 만들어 조금씩 퍼주는 떡볶에서는 볼 수 없는 사리라 하겠다. 쫄면은 그냥 먹을 때보다 이렇게 사리로 들어간 것이 더 맛이 좋은 것 같다. 다 풀어 없어질 듯한 만두도 예전엔 참 자주 먹었던 재료이다. 이집의 떡은 밀떡이다. 쌀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조금 아쉬울 수 있다. 밀떡은 양념이 잘 배어들지 않는다. 대신 부드럽고, 미끈한 식감이 장점이다. 어쩌면 대량으로 만드는 떡볶이보다 이렇게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떡볶이에 밀떡이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모든 재료가 푹익어 제대로 맛을 만들어 낼 때 불을 끄고 천천히 신당동 떡볶이의 맛을 음미하였다. 분명 과거에도 이런 맛이 낫을 것이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우리는 볶음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했던 것 같다. 떡볶이에 술이라... 하지만 과거엔 분명 그랬다. 당시엔 젊은이들로 넘치던 곳인데 이젠 외국 관광객이 더 많은 곳이 되었다. 분명 대한민국은 늙어가고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이 유사 이래 가장 잘 살고 있는 운좋은 세대인 것도 맞다. 이젠 K푸드라 하여 우리가 그냥 쉽게 생각하고 넘어갔던 떡볶이 같은 음식도 외국 사람들에겐 먹어보고 싶은 한국의 맛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일부러 와서도 먹는데 갈 수 있을 때 자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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