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삼오집은 정말 오래된 노포 중에 하나다. 처음 이집을 가게 된 것은 수유동에서 이동통신 장사를 할 때였다. 그러니까 거의 30년은 된 것 같다. 당시엔 지금처럼 큰 식당은 아니었고, 오래된 건물 한 칸 정도에서 곱창을 위주로 판매를 했던 집이다. 물론 소고기 육회도 가성비가 좋고, 곱창전골도 맛이 좋지만 이집에 가면 늘 소곱창 구이를 먹었다. 우이동에 또 다른 강자인 왕십리 곱창과 함께 너무 많은 곱창을 먹게 만든 장본인이다. 우이동의 왕십리 곱창이 좀 더 고급진 맛이라면 삼오집은 가성비가 너무 좋은 서민의 식당이다.
조금 이른 저녁시간에 갔는데도 식당의 절반 정도는 손님들이 들어 차 있었다. 역시 대단한 식당이다. 우린 좀 조용하게 대화도 나눌 겸 방으로 들어왔다. 이런 오래된 시골집 같은 분위기도 오랫만이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규모나 인테리어나 엄청 발전했다. 곱창집 특유의 냄새도 덜하고 아무튼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다른 메뉴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일단 곱창구이와 모듬구이 두 판을 주문했다. 사람이 7명이었기 때문에 좀 과하다 할 정도의 곱창을 주문했다. 가격이 좋기 때문에 여기서 곱창으로 오랫만에 배를 채울 생각이었다. 언뜻 봐도 싱싱해 보이는 곱창과 천엽과 염통이 나왔다. 그래 이런 비주얼이 그리웠다.
가장 잘 안 익는 대창은 돌돌 굴려가며 굽고, 가장 빨리 익는 염통은 핏기 가시기 무섭게 젖가락질을 했다. 삼오집은 어느 정도 익혀 내오는 다른 곱창집들과 달리 거의 생으로 손님에게 가지고 온다. 과거 처음 왔을 때는 종업원이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와서 가위질을 해 주었다. 지금은 워낙 손님이 많은 탓에 그냥 손님들이 자신의 곱창을 잘 관리하며 구워야 한다. 조그 방심하면 귀한 곱창을 태울 수 있다. 한 사람은 대화보다 불판에 집중하여 곱창을 구워야 한다. 이런 것도 즐거움이긴 하다. 방안에 온통 곱창 굽는 냄새가 가득 찰 무렵이 되면 드디어 먹을 타이밍이 된 것이다.
곱창엔 불문하고 무조건 소주라야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맥주를 먹겠다고 하는 이들이 가끔 있지만 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곱창은 소주여야 한다. 곱창의 고소함과 씹는 식감은 그저 소주를 부른다. 이런 궁합은 삼겹살보다 오히려 더 끈끈한 것이다. 곱창을 너무 좋아하지만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지만 우린 항상 여기서 거할 정도로 소주와 곱창을 먹었다. 그래서 기억 속에 삼오집은 늘 동화속의 나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누군가 육회 이야기를 꺼내서 그것도 주문했다. 사실 밥으로 곱창을 먹기 시작하면 굽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더 빠르긴 하다.
그냥 두고 가기 너무나 아까운 곱창 기름엔 역시 볶음밥이다. 이건 누구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동물성 기름이든 우리네 볶음밥의 훌륭한 재료가 되지만 고소하고 진한 맛의 소곱창 기름에 굽듯 볶는 이 마무리는 정말 맛이 좋다. 가장 강력한 유혹이다. 이맘때가 되면 술꾼들은 이미 좋은 나라로 가버리고 술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지루함을 느낄 타이밍이다. 그럴 때 이 볶음밥으로 다시 대동단결하는 것이다. 배부르네, 그만 먹겠네 하다가도 다들 숟가락을 들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하긴 이런 마무리가 있기에 안심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역시 명불허전이다. 삼오집에서의 저녁은 늘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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