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에서 밥을 먹게 된다면 좀 운이 없는 것이다. 맛은 그렇다 쳐도 가격이 엄청 비싼 곳이 여기 아니던가? 선택의 폭도 좁고, 비싸다고 타박할 수도 없는 곳이 여기다. 그래서 밥 때를 피해 왔다가 가야 하는 곳이다.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야 나가는 기분에 어쩌다 먹을 수도 있겠지만 배웅하는 사람은 뭔 애꿎은 상황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번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아주 색다른 식당을 만났다. 어쩌면 그동안 먹어 온 수많은 공항 식당 중에 탑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칼국수와 육개장 그리고 만두국을 파는 황생가라는 식당이다.
황생가는 철도로 연결되는 지하1층에 있다. 이번에 처음 제2여객터미널을 가보게 되었는데 국제선 치고는 짧은 거리 지역을 주로 오가는 터미널인거 같았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대만 뭐 이런 곳을 주로 가는 곳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가 딱 점심 무렵이었다. 배도 고프고 뭔가 먹어야겠는데 공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선뜻 가고 싶은 곳은 없고 그랬다. 지하1층엔 푸드코트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푸드코트가 더 비싸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우리가 들어간 이집이 더 맘에 들었다. 칼국수와 만두국이라...
우리는 정통 칼국수와 만두국을 주문했다. 칼국수는 우리가 늘 먹어왔던 바로 그 칼국수라 보면 된다. 사골국물이 진한 듯 가벼운 듯 그렇게 살짝 지나가는 느낌이다. 면은 보통이었지만 라이트한 사골국물은 마치 황태 국물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이집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만두국이었다. 칼국수는 면과 국물을 따로 만들어 합친 것처럼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칼국수를 토렴할 일은 없을테니 아마 그렇게 따로 만드는 모양이다. 하지만 만두국은 국물에 만두를 넣고 함께 끓인 것이 분명했다. 어찌나 뜨겁던지 입천장이 홀랑 데일뻔 했다. 하지만 만두국이나 칼국수는 역시 뜨끈해야 맛이 더 좋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만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갔는데 밥때가 되었다 하면 지하로 내려가 바로 이집을 가면 된다. 만두국의 핵심은 역시 만두다. 만두는 아주 감동적인 맛이라 하기엔 조금 부족하긴 했다. 공장에서 만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인공적인 맛이 났다.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노멀하고 아주 스탠다드한 맛이다. 하지만 뭔가 전문가의 손길이라 느끼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11,000원이란 가격 대비 이런 훌륭한 만두국이 없을 것이다. 푸트코트에서 파는 김치찌개도 1만원이 넘는데 이렇게 커다랗고 튼실한 만두국이 이 가격이라면 분명 착한 가게인 것이다.
만두국에는 커다란 만두 4알이 들어있다. 푸짐하다고 하기 그래도 적당한 양이다. 아니 만두의 크기가 워낙 큰 편이라 이 정도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그런데 만두를 먹다 보니 밑에 떡국떡이 가라 앉아 있었다. 의외의 횡재를 한 것처럼 반가웠다. 이집의 만두국은 온리 만두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떡도 들어간 떡만두국이었던 것이다. 몇 개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만두와 함께 진형을 이룬 떡국떡이 어찌나 반갑던지... 계란 지단도 정성스러워 보이고 국물이 깔끔하면서 진한 것이 만두국의 풍미를 잃지 않았다. 이런 가성비가 인천국제공항에는 이집뿐이 아닌가 싶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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