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때문에 일찌감치 수원으로 향했다. 세종가는 고속도로가 안성까지 뚫리는 바람에 그나마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원은 참 먼곳이다. 감정적으로 더 그렇다. 거리상으로 춘천이 더 멀겠지만 그렇게 힘든 길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수원은 고행길이라는 생각이 먼저든다. 아마도 막히는 구간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도 한낮의 고속도로가 한산한 편이라 평소보다 10분 정도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남아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우리가 선택한 집은 본고장의 맛을 선보인다는 일본 라멘집이었다. 이름은 멘지라멘이란 곳이다. 서울 망원동에서 인기를 얻은 집이란다.
본고장의 맛을 선보인다는 집답게 인테리어나 소품이 정통 일본의 것들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나무로 된 식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도 그랬다. 듣도 보도 못한 메뉴들이 많았는데 그나마 들어 본적 있는 소유라멘을 주문했다. 닭가슴살 두 조각을 추가하여 토핑처럼 넣어 달라고 했다. 일본 라멘에는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계란이나 돼지고기 수육같은 동물성 재료도 넣어 준다. 챠슈라고 불리는 고기가 그것인데 여긴 채슈가 라멘 그릇 겉에 빨래 널듯이 널려있다. 얇은 돼지고기를 마치 햄처럼 잘라 넣은 것이다. 신기한 모습이다.
라멘의 종류에 따라 후추만 넣거나 라유라는 고추기름을 넣거나 땡초를 넣기도 한다. 물론 개인취향이다. 토리파이탄이란 메뉴가 주력이라는데 이건 도무지 뭔지 모르겠다. 토리라는 말이 닭 같은데 말이지... 한 사람씩 주문하고 잠시 앉아 기다리면 종업원이 주문한 라멘을 가져다 준다. 비교적 작은 가게인데도 손님들이 가득했다. 가격은 싸지 않다. 우리가 주문한 소유라멘에 닭고기를 두 점 얹으면 12,500원이 된다. 라멘 가격치고는 비싼 편이다. 아마도 일본 현지보다 더 비쌀 것이다. 그래도 이런 맛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정통의 맛을 보기 위한 비용이라 생각하자~
소유 라멘은 간장라멘이라는 뜻이다. 고기국물을 간장베이스로 만들었다는 뜻인데 그래서인지 엄청 짰다. 정통 일본식은 이렇게 짠가 보다. 하긴 일본사람들이 짜게 먹는다는 말은 자주 들었다. 국물도 넉넉하지 않다. 다소 적다 싶을 정도다. 그런데 짜니까 뭐랄까 진짜 진한 육수를 주는 것 같다. 햄처럼 생긴 챠슈는 돼지고기 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 잡내를 얼마나 잘 잡았는지 이게 햄인지, 고기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닭고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고장의 맛을 내기 위해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반숙계란도 그렇고, 죽순으로 만든다는 멘마도 그렇다.
어떻게 만드는지 몰라도 반숙계란은 먹을 때마다 참 신기하다. 속의 노른자는 거의 익지 않았는데 어떻게 흰자는 이렇게 잘 익었을까?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얇고 직선인 면은 우리가 흔히 먹었던 꼬불한 면발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우리네 마치 잔치국수 같은 면발이라 해야할까? 맛은 훌륭한데 양은 적은 편이었다. 성인 남자가 이거 한 그릇 먹고 오후 내내 버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다. 그렇다고 비싼 뭔가를 더 추가하기도 그렇고 하여 라멘 한 그릇만 먹고 나왔다. 가만히 보면 여긴 라멘집이라기 보다는 일식주점이라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술 한 잔 먹고 나중에 입가심 식으로 라멘 한 그릇 먹고 나오는 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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