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학교 다니던 시절의 분식집에서 아이들처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우동이나 라면, 만두와 김밥 이런 것들 말이다.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이 보이는 김밥천국 같은 체인집도 있지만 그래도 색다른 맛을 보고 싶은 날도 있다. 이날 우리는 송우리 시내에 있는 '인정많은 김밥' 집으로 갔다. 여기도 체인점 같기는 한데 그래도 뭔가 다른 느낌이다. 장사를 한지도 꽤 된 집으로 단골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요즘 돈 만원으로 부담없이 점심을 먹으러 갈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이런 집을 더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점심시간 송우리 시내는 길거리에 차를 세워도 되기 때문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여기도 분위기는 김밥천국과 비슷했다. 엄청나게 많은 메뉴를 보면 분명 즉석에서 조리는 방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성비는 정말 좋다. 요즘 어디서 5~6천 원짜리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점심시간 홀에도 손님이 있긴 했지만 포장해 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아무래도 분식은 대표 한 사람을 뽑아서 김밥이나 떡볶이를 잔득 포장해 가는 것이 점심용으로 제격일 것이다. 우리는 김치우동과 김밥과 쫄면을 주문했다. 쫄면은 어쩌면 영혼의 단짝 같은 음식인 것 같다. 어린 시절 그렇게나 많이 먹었는데도 지금도 먹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나 들게 하니 말이다.



시그니쳐 김밥의 가격은 3,000원이다. 착한 편이다. 김밥이 한 줄 1,000원이라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5,000원짜리도 많다. 김밥이 비싸다고 훨씬 많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그니쳐 김밥이 더 입에 맞을 때가 있다. 한쪽에서 연신 말고 있는 김밥은 말 그대로 즉석김밥인 셈이다. 유뷰나 고명이 잔뜩 들어간 우동은 국물로서 위치를 굳건히 잡고 있었다. 흔한 맛이지만 이런 익숙함이 더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울 수 있다. 분식집에 올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학교 다니던 시절의 추억이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자습실로 가야 한다며 다들 학교 근처의 분식집으로 몰려들 갔었다.



그 때 먹었던 라면이나 순두부찌개, 쫄면과 김밥은 아직도 분식집의 주력 메뉴들이다. 이상한 일이다. 가장 젊고 패기넘치는 어린 친구들이 자주 찾는다는 분식집의 메뉴는 아주 고전적이니 말이다. 퓨전이다 뭐다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변화가 많았는데 분식집의 메뉴들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하긴 사람이 먹는 음식이니 그럴 수 있다. 쫄면은 아주 매워 보였는데 이것도 막상 양념장을 비벼 먹어보니 그렇게 맵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서 한 것처럼 간이 세지 않고 부드러운 편이었다. 쫄면의 면도 먹을 때마다 추억을 소환하는 맛이다. 이런 면은 이상하게도 분식집이 아니면 먹기 힘들다.



콩나물 데침을 같이 먹는 것이 쫄면의 국룰이 되었다. 식초의 톡 쏘는 맛도 그렇다. 면 음식 중에서 쫄면은 분명 독특한 자신만의 영역이 있다. 이것도 정제 탄수화물이라 자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가끔식 이렇게 다가오는 추억의 유혹은 참기 힘들다. 누구나 어린 시절 이런 음식들을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름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쌍문동, 미아동의 그 거리가 그랬다. 아무튼 세월이 그렇게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 시절이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런 음식들이 우리 정서상에 큰 무엇인가를 남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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