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정통 일식의 맛을 만나서 즐거운 저녁 회식, 포천시 소흘읍 모모스시

송우리 시내 상가들이 예전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곤하는데 아무래도 상권의 변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많이 빠져 나간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전통의 상권으로 포천에서는 가장 핫 장소가 어딘가 하면 아직도 송우리 시내이다. 이날은 일식으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여기 저기 뒤져 보았다. 그런데 우연히 시내를 걷다가 봐 두었던 집이 생각났다. 2층에 있는 식당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워낙 일식이나 스시를 좋아하다 보니 기억상자에 넣어 두었던 것이다. 송우리 시내 농협 하나로 옆 골목에 있는 '모모스시'라는 집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일본풍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일부러 인테리어를 한 것이겠지만 일본에서 살지 않고는 제대로 낼 수 없는 장식들이 아닌가 싶다. 분명 일본과 관련이 있는 주인장이 운영을 하는 곳이리라. 실내도 그랬다. 비슷하게 흉내낸 집들은 많이 봤지만 얼마 전 알게 된 송우리 시내의 노코노코와 쌍벽을 이룰 만큼의 정통 분위기라 하겠다. 메뉴판을 봐도 도무지 어떤 것을 주문해야 하는지 헛갈릴 정도로 너무나 정통이었다. 우리는 세트 메뉴와 단품 몇 개를 주문했다. 식당이라기 보다는 주점에 가까운 집으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물론 아재들도 좋아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에피타이저 식으로 주는 샐러드와 국물을 먹고 있노라니 첫 메뉴로 아귀간이 나왔다. 일본 사람들에겐 나름 고급의 시그니쳐 안주라 하는데 우리에겐 영 생소한 음식이다. 아귀간을 조림식으로 만든 것인데 짭짤하면서 고소하고, 생선 내장 특유의 식감이 있다. 비린내는 거의 나지 않지만 생선의 냄새는 나는 희안한 음식이다. 아귀간이 귀한 것인지 만들기가 힘든 것인지 아무튼 이 안주의 가격이 제법 있는 편이다. 강남에서는 한 접시에만도 몇 만원을 호가하는 메뉴라 들었다. 이집의 아귀간도 맛이 괜찮았다.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몰라도 참 이색적인 식감이다. 

 

다음은 메인 음식이었다. 단품으로 주문한 사시미와 스시가 나왔다. 연어와 참치로 구성된 사시미는 사실 참치를 먹기 위해 주문한 것이다. 참치만으로 구성된 사시미도 있지만 가격이 좀 비싼 편이라 이렇게 함께 들어간 안주로 사시미를 주문했다. 일본 특유의 숙성회 맛이 그만인 아주 좋은 참치회였다. 사실 양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한리필로 주는 참치집보다 이렇게 단품으로 나오지만 제대로 맛을 살린 집이 더 좋다. 스시는 크기 큰 편이었다. 안주삼아 먹을 수 있게 작은 사이즈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식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비스로 준다는 연어 머리 조림과 중국집의 탕수육과 식감은 거의 비슷한데 느타리 버섯으로 만든 탕수버섯이 나왔다. 이게 참 재미있는 식감이었다. 좀 큰 느타리 버섯이긴 했지만 부드럽고, 씹을 때 식감이 거의 없는 느타리 버섯으로 어떻게 이렇게 돼지고기같은 식감의 탕수버섯을 만들었는지 신기했다. 자꾸 손이가는 것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것처럼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물론 기분 좋은 급습에 맛도 훌륭했지만 말이다. 일본 사람들의 조림은 우리네와 달리 달고 간이 세지 않다. 그리고 섬나라라 그런지 무가 많이 나서 무를 듬뿍 넣는 것이 특징이다. 조림 국물이 스며든 무의 맛은 그저 밥을 부르는 맛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새우튀김도 나왔고, 간식으로 주로 먹는 다코야끼도 나왔다. 하긴 오사카인가 에서는 다코야끼를 밥반찬으로 먹는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우리에겐 간식이지만 일본에선 밥상에 올라오는 식사메뉴인가 보다. 이것 저것 먹다보니 참 다양하게 많이도 먹었다. 일본 튀김의 맛이란 말 안 해도 다 아는 바로 그 바삭함의 극치였고, 그리 달지 않은 다코야끼 속에는 정말 커다란 문어가 들어 있었다. 이집에서 받은 전체적인 느낌은 재미있는 맛이라는 것이다. 술 안주로 그냥 막 먹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그렇게 먹는 집이란 느낌이다. 그것에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