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맛집 탐방 프로그램인 허영만의 백반기행은 즐겨보는 방송이다. 어느날 그 방송에 익숙한 곳이 나와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바로 소흘읍 고모리에 있는 알천비빔국수집이었다. 예전에 소흘읍 이동교리에 있을 때 몇 번 간적이 있는 식당인데 이렇게 방송으로 등장하니 더 반가웠다. 조금 달달한 맛이 특징인 곳으로 기억하는데 출연진들이 너무나 맛나게 국수를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시 한 번 더 가보기로... 이날은 그런 결심을 행동에 옮긴 날이었다. 가랑비가 추적거리는 날이었지만 그래도 국수맛집 간다는 생각에 신나게 길을 나섰다.




고모리 한 복판쯤에 있는 이집은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는 무척 한가해 보였다. 아무래도 비가 내리는 날씨 때문이리라. 우리는 이집의 시그니쳐 라는 동치미 국수가 아니라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이것도 날씨 탓이다. 비빔국수는 꼭 먹어봐야 했기에 을씨년스러운 날씨라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만두도 주문했다.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은 분위기의 실내였다. 너무 조용하고, 아늑한 것이 정말 아는 사람 집에 방문한 느낌이었다. 비빔국수가 나왔다. 비주얼이 엄청 강렬한 붉은 빛이었다. 엄청 매워보였는데 막상 먹어보니 심하다 할 정도의 맵기는 아니었다.




비가오는 날씨 때문인지 잔치국수가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웠다. 잔치국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에 하나인지라 어디서 만나도 정말 반가운 음식이다. 국수먹는 날은 뭔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 있는 날 아니던가! 유부가 듬뿍 들어간 푸짐한 국수 한 그릇에 마음이 그냥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일반적인 소면에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비빔국수는 예전에 먹었던 것처럼 꽤나 달달한 편이었다. 조금 과하다 할 정도로 달달했는데 단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불호의 맛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만두가 일품이었는데 기대 하지 않고 먹었다가 감동을 받았다.




비빔국수의 맛이 어딘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망향비빔국수와도 비슷한 맛인 것 같았다. 김치말이 국수 같은 느낌의 비빔국수로 젊은 취향의 맛이라 하겠다. 비빔국수 한 그릇 먹으면서 젊은 취향, 늙은 취향을 따지다니... 암튼 우리는 호젓한 분위기의 실내에서 조용히 내리는 비를 감상하면서 국수를 먹었다. 방송에서 본 장면을 재연이라도 할 요량으로 열심히 먹었다. 생각해 보면 고모리는 정말 식당이 여기 저기 많은 것 같다. 우리가 그렇게 고모리를 돌아 다녔지만 여기 비빔국수 집이 있는줄 잘 몰랐으니 말이다.




잘익은 만두와 잔치국수 국물을 먹는 조합도 무척이나 괜찮았다. 만두를 직접 만드는지 사오는지 몰라도 입에 착 감기는 좋은 맛이었다. 사실 이런 날은 그냥 퍼질러 앉아 술이라 한 잔 하면서 국수를 먹는 것도 괜찮은데 말이다. 예전 이동교리에 있을 때 보다는 확실히 뭔가 더 묵직한 맛인 것 같았다. 국수 한 그릇도 언제 어디서 누구랑 먹느냐에 따라 정말 느낌이 많이 다르다. 어디 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으로 국수를 먹었더니 더욱 그랬다. 다음달에는 정말 여행을 가야겠다. 어디든 이런 한가하고 여유있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면 무조건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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