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에 한 번 장터가 열리는 포천시 군내면의 포천5일장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오래전부터 유명한 장이다 보니 포천 사람들보다 외지에서 구경 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할 정도다. 5일과 10일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포천천변 재래장터로 평소엔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한적한 곳이 5일마다 화려한 변신을 하는 것이다. 원래 위치는 지금의 구절초로였다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어릴 적부터 살아온 포천동의 토박이가 아니면 별로 없을 것이다.
재래장터는 전국적으로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여럿 있다. 대부분 대도시와는 거리가 먼 지방의 도시들이다. 인터넷 쇼핑몰이 득세하고 백화점에 마트까지 덩치 큰 장터들이 득실대는 요즘 같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전통적인 재래장터가 아직도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장터를 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뭐랄까... 포천5일장에만 있는 독특한 특색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상품들이다. 그중에는 시중에서 여간해선 보기 드문 물건들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도 없을 법한 여러 다양하지만 특색있는 상품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약재 비슷한 말린 풀들부터 USB에 담긴 전통가요들, 메추리구이와 새장에 있는 애완용 새들, 뻥튀기과자와 센배과자라는 일종의 튀긴 과자까지 추억 속에나 존재하는 물건들을 여기 오면 실제 만날 수 있다.
거기에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어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봄이 오는 길목, 화창한 날씨 속에서 장터 구경을 간 사람들은 중간중간 자리 잡은 먹거리 점포에서 허기진 속도 달래고, 맛난 주전부리도 즐긴다. 이날 우리가 선택한 곳은 떡볶이와 순대, 오뎅과 튀김을 파는 전형적인 길거리 음식점이었다. 평소 이렇게 점심을 먹지 않지만 이날 만큼은 이런저런 이유 따지지 말고 그냥 자리 잡고 앉아 즐기기로 했다.
떡볶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장격인 떡볶이를 중심으로 좌우에 오뎅과 순대를 배치하고, 선봉장으로 튀김을 놓는다. 완벽한 길거리 음식의 조합이라 하겠다. 모든 음식은 바로 만든 것이 맛있는 법! 떡볶이도 튀김도 바로 내어주는 것을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다소 불편하게 앉은 자리며, 주변 분위기가 또 한몫을 한다. 이렇게 조금은 소란스러운 곳에 앉아 편한 사람들과 격이 없이 즐기는 것이 재래시장의 매력이다.
아마도 그래서였을까? 유난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다들 비슷한 생각들을 했는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장터를 찾은 것 같았다. 뭘 사지 않아도 먹지 않아도 그저 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 뭔가 큰 재미와 위안을 받는 기분이 드는 것은 포천5일장이 주는 묘한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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