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꽃게가 풍년이라고 한다. 가격도 좋고 맛도 그만이라 꽃게를 먹기에 참 좋은 해라고 해야겠다. 과거 꽃게는 먹고 싶어도, 날씨 때문에 불안한 군사적 긴장 때문에 잘 잡히지 않아 서민들에게는 그림에 떡 같은 몸값 비싼 녀석이기도 했다. 하지만 꽃게만이 줄 수 있는 그 묘한 맛의 매력 때문에 정말 먹고 싶어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러면 마트에서 이놈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고민을 하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만난 국내산 꽃게는 너무나 반가웠다. 가격은 특별 할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훌륭하다 싶을 만큼 좋았고, 물도 좋아 그저 침이 꼴깍 넘어갔다. 함께 장을 보러간 아내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말없이 꽃게를 집어 카트에 담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여보 무랑, 오징어도 좀 살까?" 하면서 한술 더 떠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은 달달하고 매콤한 꽃게탕으로 아이들과 함께 맛있게 먹을 생각에 행분한 기분마저 들었다.
사실 나는 먹기는 일등이지만 어떻게 꽃게탕을 끓이는지 몰랐다. 아내에게 호기좋게 내가 요리하겠다고 했지만, 방법을 몰라 꽃게를 들고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자왕했다. 아내는 일단 꽃게를 잘 씻어야 한다며 수세미로 여기 저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껍질을 분리하고 껍데기에 남아 있는 내장을 손질했다. 음 결국 내가 하겠다던 호기는 어디가고 아내가 닦고 끓이고 혼자 다 하고 말았다. 뭔가 해야 겠다는 생각에 응원단이 된 나는 "와 정말 당신 잘 한다!" 면서 아부 아닌 아부를 해댔다. 그래도 가만히 있기 뭐해 오징어를 손질하기로 했다. 워낙 오징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징어 손질은 나름 일가견이 있었다. 어찌나 오징어가 큰지 손질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렇게해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꽃게탕이 끓기 시작했다. 아내 몰래 슬쩍 카트에 담은 방어회도 얌전히 상위로 올려 놓았다. "여보 요즘 방어회가 이렇게 싸네!" 묻지도 않았지만 도둑이 제발 저려 스스로 아내에게 방어를 담아왔다는 자수를 하면서 슬쩍 눈치를 보니 오늘 아내 상태로 봐서 한 잔 곁들어도 괜찮을 듯 싶었다. 완성된 꽃게탕과 방어회를 곁들어 먹는 저녁상이 어찌나 보기 좋고 신나던지 입에서 콧노래가 슬슬 흘러나왔다. 참 저렴하게 맛난 좋은 요리를 먹고 있자니 이런 즐거움과 행복한 시간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났다. 신나게 잘 먹는 아이들도 나도 참 맛있고 흥겨운 꽃게탕 저녁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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