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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사는 이야기

잘 빚은 만두를 맛 보면서 돌아가신 장모님 생각에 잠긴다.

by jeff's spot story 2024. 3. 10.

어릴 적부터 만두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당시 겨울엔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넘쳐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집안에 만두는 늘 끊이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보다 훨씬 추웠던 포천의 겨울기온 때문에 만들어 놓은 만두들을 마루에 내다 놓기만 해도 꽁꽁 얼어 저절로 냉동창고 역할을 하곤 했다. 그렇게 미리 만들어 놓은 수 백 개의 만두로 국도 끓여 먹고, 쪄서 먹기도 하고, 물에 삶아 물만두처럼 먹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겨울철 만두를 엄청 먹는 것이 포천처럼 한수 이북 지방의 전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 사람들은 의외로 만두를 우리처럼 그렇게 많이 만들어 먹지 않더라는 것이다. 먹더라도 한 두 끼 정도 먹는 것이 그만이었지 겨우내 주구장창 먹어댔던 우리네와 달랐다.

 

만두로 다져진 어릴 적 입맛 때문인지 날씨가 쌀쌀해지면 자연스럽게 만두 생각이 났다. 그런데 결혼하면서 장모님이 나처럼 만두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향이 경기 북부셨던 장모님은 비슷한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날씨가 추워지면 만두를 엄청나게 만들어 냉장고에 챙겨 놓고 드시곤 했다. 당신만큼이나 만두를 좋아하는 막내 사위가 기특하셨던지 처가에 가면 먹으라면 만둣국을 자주 내어 주셨다.

 

장모님표 만두는 익숙하게 먹어왔던 포천의 만두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우선 김치를 깨끗하게 씻어 낸 후 넣기 때문에 만두소가 붉은 빛이 돌지 않았다. 어릴 적 먹었던 만두는 늘 김치만두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김치의 붉은색이 만두소에 들어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담백한 두부와 돼지고기, 그리고 부추와 당면을 넣는데 간을 아주 약하게 하기 때문에 그냥 먹으면 좀 싱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쪽파를 넣고 간장으로 간간하게 한 양념장을 만두소에 넣어 먹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담백한 맛이었기에 공장만두와 달리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만두보다 두 배는 큰 사이즈의 왕만두 임에도 10개도 넘게 먹곤 했다. 원래 개인적인 정량은 4~5개 정도지만 잘 먹는다며 연신 만두를 퍼다 날라 주시는 장모님의 배려를 외면하기 힘들어 부른 배를 부여잡고 정말 한계치를 갱신하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 그 만두를 먹을 일은 거의 없어졌다. 집에서 가끔 아내가 해 주지만 너무 번거롭고, 만들기도 힘들어 먹자는 소리를 자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먹을 싶을 때는 염치 불구하고 만들어 달라며 간청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이상스럽게 요즘 더 장모님 생각이 자주 난다. 이제 곧 기일이 다가오기 때문일까? 아님 만두 생각이 나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