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를 가장 건강하게 먹는 방법으로 보쌈 고기를 이야기들 한다. 물로 익힌 고기는 기름도 빠지고, 부드러우면서 이가 시원치 않은 노인들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담없는 고기가 된다. 돼지고기의 가장 좋은 부분만 먹을 수 있단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린 이렇게 물에 빠트린 고기보다는 직화로 그냥 불위에서 굽는 고기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끔은 일부러 보쌈고기를 찾아 먹어야 한다. 보쌈고기는 어디나 비슷한 식감이다. 하지만 이집은 그 보쌈 고기에 짚불의 향을 입힌 곳이다. 부드러운 고기와 그윽한 짚의 향이 어우러지는 정말 괜찮은 맛이다.
원래 이곳은 주점을 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렇게 보쌈을 파는 곳으로 바뀌었다. 송우리 소방서 근처에 있는 남도보쌈짚이라는 곳이다. 상호에서부터 짚이라는 말이 보인다. 가게 안에 들어가도 짚더미가 있다. 아마 어릴적 시골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추수가 끝난 후 짚불에 뭔가를 구워먹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짚이란 것이 그렇다. 추억과 함께 아주 익숙한 향을 선사한다. 벼를 베고 난 후의 버려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우린 짚을 활용해 땔감으로도 쓰고, 뭔가를 덮기도 하고, 완충제로도 쓰고 그랬다. 이집처럼 음식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되기도 한다.
기본 찬과 함께 보쌈고기를 끝까지 데워 먹으라는 의미로 고체 연료도 나왔다. 기본찬은 백반집처럼 정갈하고 간이 센 편이었는데 괜찮았다. 이집이 점심에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점심때 밥먹으러 오고 싶은 맛이었다. 짚보쌈을 먹고 싶었지만 홍어도 먹고 싶었는데 짚보쌈에 홍어로 세트를 만들어 주겠단다. 당연히 고마운 일이었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삼합을 먹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홍어삼합의 기본은 홍어와 고기와 묵은지 김치인데 이집의 묵은지도 꽤나 훌륭한 맛이었다. 보쌈이라는 고기를 자꾸 생각해서 그렇지 홍어삼합 전문점이라 해도 될 만한 곳이었다.
간이 그렇게 세지 않은 홍어는 처음 먹는 사람들도 도전해 볼 수 있을 정도의 삭힘 정도였다. 홍어 매니아들은 조금 아쉬울 수 있을 정도라 하겠다. 그래도 잘익은 묵은지와 보쌈고기를 싸서 먹는 홍어 삼합 정말 오랫만에 맛이 제대로 났다. 보쌈 고기는 조금 거무스레한 빛을 띄고 있다. 아무래도 고기를 물로 익힌 다음 짚불로 훈연하듯 나중에 한 번 더 처리를 하는 모양이다. 고기 맛은 비슷하지만 향은 정말 남달랐다. 짚불의 향이 온통 고기를 뒤덮고 있어 훈제한 듯한 맛도 났다. 과연 짚불의 맛은 이런 것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삼합에는 소주나 맥주보다 무조건 막걸리를 먹어야 한다. 홍어와 막걸리는 천생연분 찰떡 궁합이다. 당연히 보쌈고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네 선조들이 이렇게 먹은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잘익은 김치는 두번이나 리필을 하게 만들었다. 다른 반찬이 필요없고, 다른 서브 메뉴도 필요없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홍어삼합을 먹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요즘 홍어삼합 제대로 먹은지가 오래되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정말 괜찮은 홍어삼합으로 막걸리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이집은 보쌈집이라기 보다는 홍어집이라 해야겠다. 앞으로 홍어 먹으러 자주 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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