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바지락 칼국수라는 이름을 처음 본 것은 천호대로에 있는 이집이 아니라 20여 년 전 의정부 용현동에 있던 황도칼국수 의정부점에서였다. 그러니까 당시엔 황도바지락 칼국수라는 상호의 체인점들이 있었고, 의정부점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바지락칼국수에 그렇게까지 진심이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그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그집을 갔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정말 환상적인 바지락 국물을 먹게 되었고, 그전까지는 수유동에 있는 수유손칼국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바지락 칼
국수집인줄 알았다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확한지는 몰라도 아마도 이집이 바로 우리가 감도했던 황도바지락 칼국수의 원조인 곳이라 알고 있다. 이름도 그렇고 나오는 구성도 맛도 그렇다. 그래서 원조의 맛을 보기 위해 잠실에 가는 길에 들렀다. 과연 우리가 기억하는 바로 그 환상적인 국물의 맛이 여기에 있을까? 사실 결론을 말하자면 맛은 괜찮은 편이지만 기억 속에 환상적인 맛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오랜 기억속에 존재하는 바지락칼국수는 우리의 상상이 더해지면서 그 맛의 강도가 더 세졌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먹어보니 아닐 수 있다. 아무튼 여기는 바지락칼국수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진정한 칼국수 전문점이다.
손님이 직접 카운터 옆에 있는 셀프코너에서 보리밥 비빔밥을 가져다 먹는 방식이다. 보통 그냥 에피타이저 식으로 조금 갖다 주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알아서 먹는 시스템이라 양이 많은 남자들은 아주 좋아 할 방식이다. 꽁보리밥에 무채나물과 고추장을 섞은 단촐한 비빔밥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맛이 좋다. 그렇게 꽁보리밥으로 에피타이저를 즐기다 보면 우리가 주문한 바지락칼국수가 나온다. 비주얼은 상상한대로다. 하지만 생각보다 바지락이 많이 들어있진 않았다. 이러면 과연 바지락 국물의 진한 맛이 제대로 우러났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치자를 넣었는지 면발은 노랑색이이었다. 굵은 면발과 바지락 국물의 조화는 언제나 즐기는 맛이다. 바지락이 좀 적게 들어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했던 바지락 칼국수 육수 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맛의 베이스는 같았다. 역시 여러 버전의 칼국수 국물 중에서 바지락으로 내는 국물이 가장 맛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보통 바지락 칼국수는 미리 주방에서 다 끓여서 가지고 오지만 여긴 손님 테이블에서 어느 정도 다시 가열하는 방식이었다. 끝까지 뜨끈한 국물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바지락이 들어간 칼국수는 면보다 바지락에 더 집중해서 먹게 된다. 바지락은 크기가 작지만 국물은 정말 끝내주는 조개이다. 거기에 다소 심심한 겉절이 김치를 곁들이면 칼국수가 완성된다. 짜다면 짠 국물임에도 자꾸 퍼 먹게 된다. 쫄깃한 면발과 알싸한 김치와 진한 국물의 만남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의 진한 맛이 조금 떨어지는 바람에 아무래도 추억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바지락 칼국수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이집의 국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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