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의 여러 버전 중에서 해물, 특히 바지락으로 국물을 낸 칼국수를 무척 좋아한다. 칼국수는 면도 중요하지만 국물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재료를 사용한 칼국수 집이냐에 사람들의 선호가 갈리게 된다. 고기육수를 즐기는 사람들은 사골국물이 진한 칼국수를 찾게 되고, 얼큰한 국물을 즐기는 사람들은 장칼국수에 집중한다. 그리고 또 다른 버전인 해물국물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푸짐한 해물과 함께 진하게 우러난 조개국물을 좋아한다. 이런 해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칼국수집이 영중면 성동삼거리 근처에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항아리손칼국수집이다.
원래 이집은 길 건너편에 있었다. 어떤 사연인지 몰라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온지도 꽤 되었다. 가게 이름처럼 예전엔 칼국수를 작은 항아리에 담아 주었다. 하지만 이젠 그냥 커다란 그릇에 준다. 그러면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그냥 항아리 칼국수집이다. 그게 뭐가 중요할까... 맛만 좋으면 그만이다. 해물칼국수 말고 비빔칼국수 라는 메뉴도 있다. 이것은 먹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아주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 마치 뭐랄까... 골뱅이 무침에 나오는 소면을 두툼한 칼국수 면으로 바꾼 것은 식감이라고 하면 맞을까? 그런 비슷한 맛이다.
우리야 해물칼국수를 공략하기 위해 왔으니 다른 고민없이 바로 주문했고, 그렇게 칼국수가 나왔다. 보통 해물칼국수라고 해도 가게마다 들어가는 재료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공통되는 재료는 역시나 바지락 조개이지만 홍합과 오징어, 오만둥이 같은 재료들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이날 먹은 이집의 재료들은 무척이나 신선한 느낌이었다. 특히나 오만둥이가 큼지막한 것이 무척 맛이 좋았다. 거기에 어른 손톱만한 아주 작은 쭈꾸미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재료들이 물론 국물을 내는데 일조하겠지만 역시 국물의 일등공신은 따로 있는듯 했다. 그게 과연 무엇일까?
칼국수의 또 다른 주인공인 면은 일반적인 밀가루 면이다. 글루텐이 제대로 들어간 쫄깃한 면발이다. 밀가루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참기 힘든 유혹이다. 이런 면발은 칼국수가 아니라 그냥 소금물에 빠트려 먹어도 맛이 좋기 마련이다. 칼국수는 아무래도 염분이 많은 음식이다. 거기에 장에 좋지 않다는 글루텐도 다량 들어갔다. 자주 먹으면 그닥 좋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가 추적거리고 내리는 이런 날 뜨끈한 칼국수의 진한 국물을 먹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휴식이요, 영혼을 위로하는 행사일 수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밖에 없다.
칼국수의 염분을 증량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김치이다. 칼국수는 특히나 푹 익은 김치가 아니라 겉절이를 곁들여 먹게 되는데 겉절이의 특성상 배추가 푹 익지 않았기 때문에 시원한 느낌이 들어 익은 김치보다 아무래도 더 집어 먹게 된다. 나트륨 폭탄인 셈이다. 그걸 알지만 자꾸 숟가락이 국물로 간다. 참 거역하기 힘든 유혹이다. 늘 그렇듯 국물을 어느 정도 먹다 보면 식게 되는데 식은 뒤에 먹은 국물은 늘 뜨거울때 보다 더 짜게 느껴진다. 이렇게 짠 국물을 그렇게나 많이 먹었다니 하는 후회가 되지만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 어쩌랴 칼국수라는 무한반복의 늪에 빠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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