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쌀한 메밀의 향이 그윽한 면과 잘 어울리는 깊은 육수, 평창군 방림면 방림메밀막국수

정선으로 가는 길에 네비의 길 안내대로 가다가 강원도 평창군을 지나게 되었다. 여행을 가면서 국도로 가게 된 것은 몇 년만에 처음인거 같다. 그만큼 우리는 고속도로에 익숙해져 있다. 국도로 가게 되니 여러 변수들이 있었다. 가장 좋은 일은 가다가 예기치 못한 맛집을 만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창군의 방림면을 가게 되었는데 길가에 오래되 보이는 막국수 집이 있어 검색을 해 보았다. 리뷰들을 보니 상당한 내공을 가진 맛집인 거 같았다. 이렇게 전혀 모르는 동네에서 맛난 막국수집을 가게 된다면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비빔막국수가 물 보다 천 원 비쌌다. 양념이 들어가서인가? 그리고 이집은 특이하게 막국수에 들어가는 고명으로 구운 계란을 준단다. 그것도 손님이 직접 껍질을 까서 먹는 방식이다. 처음엔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강원도에는 워낙 많은 막국수집들이 있고, 여기도 그런 집들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생각보다 이집의 맛은 훨씬 깊고 좋은 것이었다. 왜 리뷰에 좋은 평 일색이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깊은 맛의 육수는 쌉쌀한 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메밀면발과 아주 잘 어울렸다. 정말 내공이 있는 집이었다. 이렇게 부드럽고 향이 살아 있는 막국수 면발을 춘천 샘밭막국수를 연상케했다. 포천에도 장원막국수라는 집이 비슷한 식감이었다. 아무튼 이런 맛은 메밀의 비율이 아주 높을 때 나타나는 것이니 여기도 100%에 가까운 메밀함량을 보이는 곳이라 하겠다. 비빔막국수도 꽤 괜찮은 맛이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여긴 다 맛있다는 것이다. 구운계란도 생각보다 막국수와 잘 어울렸다. 

 

이 정도 맛을 낼 수 있는 집이 서울에서 장사하면 대박이 날 것 같다. 주방장에게 비법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손님들은 대부분 비빔막국수를 주문하는 것 같았는데 개인적으로 막국수 하면 역시 물 막국수가 진짜가 아닐까 한다. 시원한 맛과 본연의 메밀향을 그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먹었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원하는 것을 맛나게 먹는다는데 있지 않을까 한다. 

 

간이 세지 않은 열무김치도 별미였는데 맛이 좋아 두 번이나 리필을 했다. 시원한 여름 김치인 열무김치는 역시나 막국수와 궁합이 잘 맞는다. 툭툭 끊어지는 막국수 특유의 식감이 먹는 내내 입을 즐겁게 했다. 하긴 이런 맛이 싫다는 사람도 있으니 어쩌면 막국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인지도 모르겠다. 워낙 개인적으로 막국수를 즐기다 보니 함께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다른 사람들보다 막국수를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그 중에서 다시 막국수 마니아가 나온다. 이런 순환적 구조가 막국수의 팬들을 양산하는 것 아닐까 싶다. 어쨌든 참 즐겁고, 맛난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