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와 해운대의 가장 큰 차이는 분위기이다. 광안리가 젊음의 거리라는 느낌이 강하다면 해운대는 국제적인 느낌이 물씬한다. 확실히 해운대 쪽에 외국 관광객이 더 많다. 식당이나 술집도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집이 많다. 그리고 해운대가 뭔가 더 계획적인 도시계획을 한 것 같은 느낌이고, 광안리는 부산의 자연스러운 거리 모습이 더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둘째 날은 해운대로 왔다. 해변만 놓고 보면 해운대가 더 크고, 뭐가 없는 휑한 느낌이다. 광안리 해변에서 보이는 광안대교 같은 큰 다리가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서둘러 해운대 해변을 걸었다. 금새 해가 지기 때문이다.





해운대를 해변만큼이나 유명하게 만든 먹자골목이 있다. 골목이라기 보다는 도로변 양쪽으로 늘어선 명물거리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대부분 부산을 대표하는 식당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에 느낀 것인데 왜 이 도로변에 타로점을 봐준다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아예 작은 점포 같은 것을 차리고 늘어서 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길을 두 어번 두리번 거렸다. 과연 어딜 가야 부산을 대표하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다 이집을 선택했다. 예전에 왔을 때도 들어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이름은 '개미집 낙곱새'라는 곳이다. 국제시장에 본점이 있고, 여긴 본점의 직영점이란다.





다 아는대로 낙곱새는 낙지, 곱창, 새우의 줄임말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재료들로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탄생한 것이다. 모두 좋아하는 재료들이지만 통풍 땜에 곱창은 패스하고 우리는 낙새를 먹기로 했다. 낙지와 새우만으로 맛을 낸 일종의 전골이다. 부산하면 화끈하게 매운 맛으로 유명한데 처음 먹을 때는 잘 몰랐는데 먹다 보니 은근하면서 묵직하게 치고 올라오는 그 매움이 있었다. 역시 매운 맛은 넘기엔 너무 어려운 장벽이다.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낙지와 새우는 잘게 잘라져 있다. 그래서 다 익으면 뭐가 낙지인지, 새우인지 잘 모를 정도가 된다. 그만큼 양념이 강하고, 진하다는 말이다.





낙지볶음처럼 이렇게 강한 양념으로 익힌 낙지와 새우를 흰쌀밥에 넣고 비벼 먹는 것이 여기의 룰이다. 별것 없어 보이는 단촐한 비주얼이고, 술안주로 먹는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게 먹어버리는 백반같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아예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한다. 이유가 뭘까? 아마 우리가 낙곱새의 비밀을 다 이해하려면 너 댓 번은 더 와야 할 것 같다. 나중에 우동사리를 넣어 먹는 것도 낙지볶음과 유사하다. 다만 더 맵고, 더 간단하다. 만일 여기에 곱창이 들어 있었다면 분명 더 깊은 맛이 날 것 같기는 하다.





고독한 미식가에서 주인공 이노 가시라가 이렇게 우동까지 야무지게 먹는 모습이 나온다. 그대로 흉내를 내 보았다. 하지만 우린 확실히 내륙에서 온 이방인이 맞는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차라리 전날 먹은 낙지볶음에 한 표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분명 부산을 대표하는 맛이고, 화끈한 맛이다. 술이 취하는 것을 잊을 정도의 맵기이다. '새우가 좀 더 컸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무래도 이런 강력한 맛이 계속 기억이 나는 모양이다. 그래서 대체할 다른 음식을 찾기 어려운 모양이다. 우린 다음에도 다시 도전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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