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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볶음 먹으러 갔다가 문어처럼 커다란 낙지에 놀랐다. 부산시 광안리 불끈 낙지 & 보쌈

맛있고 행복한 곳...

by jeff's spot story 2025. 11.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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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행지 중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광안리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나이든 사람들이 자꾸 광안리에 가려고 하면 안 된다고... 그만큼 광안리는 젊음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우리는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멕시코에서 광안리로 여행왔다는 젊은 커플을 만나기도 했다. 여기는 정말 국제적인 젊음의 도시인 것이다. 이번 숙소는 광안리의 한 중간에 위치한 곳으로 그 어느 때보다 광안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먹는 것이다. 우리는 숙소 주변에서 미리 봐 두었던 이곳으로 향했다. 여기 이름은 '불끈 낙지 & 보쌈'이라는 체인점 식당이다. 하지만 이런 이름의 식당을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식당이었다.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었다. 부산이 낙지의 본고장이던가? 잘 모르겠네... 아무튼 바닷가라 그런지는 몰라도 낙지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체인점이라고는 하지만 처음 보는 상호라 그런지 그냥 주인장 이름걸고 하는 집 같았다. 우리는 낙지볶음과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처음에 에피타이저 식으로 나오는 묵사발이 정말 괜찮았다. 묵사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에 바로 밥을 말아서 먹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가성비 좋고, 맛도 괜찮은 곳 같았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손님은 거의 없었다. 우리 말고는 단 한 팀만이 먹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세트메뉴로 주문하면 고르곤졸라 피자도 나온다. 그리고 대망의 낙지... 우린 정말 깜짝 놀랐다. 무슨 낙지가 문어만한 크기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낙지는 거의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어찌나 크던지 낙지 다리를 가위로 서 너 번을 잘라 먹어야 할 정도였다. 정말 크기만봐서는 문어라 우겨도 누가 뭐라하지 않을 정도였다. 부산하면 화끈하게 매운 맛이라지만 맵기도 아주 센편은 아니었다. 먹기 좋은, 기분좋을 만큼의 맵기였다. 이러면 소주의 훌륭한 친구가 된다. 낙지볶음은 비슷하게 생긴 오징어나 쭈꾸미보다는 확실히 고급진 음식이다. 과거엔 가격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낙지 몸값이 귀했지만 요즘 하도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조금은 비슷한 느낌이 되었다. 

 

밥이 따로 나오기는 하지만, 우리는 우동사리도 주문했다. 이런 양념은 밥에 비벼도 일품인 거 맞지만, 역시 우동 사리 하나 넣어 먹어야 제맛이다. 우리의 예상은 적중했다. 간간한 양념과 우동사리는 정말 잘 어울렸다. 밥에 비빌 때와는 또 다른 맛을 보여주었다. 낙지볶음이라고는 하지만 마치 낙지찜 같다고 해야할까? 양념이 그런 맛이었다. 아구나 해물을 넣은 찜 같다고 할까? 이렇게 다소 강한 맛이 나는 볶음이 낙지를 대변하는 맛이리라. 부산이라는 감성이 더해져 이날의 저녁은 정말 근사했다. 먼 여행길의 피로가 낙지 한 점과 소주 한 잔에 다 녹아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밥을 먹지 않을 수 없어 볶음 양념을 밥에 비벼서도 먹었다. 밥은 꼭 콩나물을 함께 넣고 비벼야 맵기도 조절이 되고, 맛도 배가 되는 법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낙지볶음 밥을 자주 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주변에 낙지볶음을 파는 집이 별로 없다. 낙지가 귀해서인지, 낙지볶음을 만들기 어려워서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낙지볶음밥을 먹으면 제대로 한 끼를 먹는 기분이 든다. 술 안주로도, 식사로도 너무나 훌륭한 음식이 바로 낙지인 것이다. 우리는 천천히 음미하듯 저녁을 먹었다. 이렇게 맛난 음식은 번갯불에 콩볶듯 먹으면 아쉬운 법이다. 성대한 만찬상처럼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낙지를 맛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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