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진 분위기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풍성한 맛과 향, 포천시 군내면 샤브칼국수 비손

군내면 사무소 건너편에 있는 이집은 겉에서 보면 패밀리 레스토랑 처럼 생겼다. 깔끔하고 고급진 분위기의 식당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칼국수집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샤브 칼국수 집이다. 최근 이상할 정도로 샤브 샤브 식당이 많이 생겼다. 분명 유행을 타고 있는가 보다. 지나면서 한 번 들리리라 생각했는데 이날 드디어 가게 되었다. 밖에서 보이는 그대로 식당 안은 무척 깔끔했다. 주인장의 성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샤브 칼국수 집이지만 무한 리필하여 먹는 메뉴는 따로 있었다. 우리는 그냥 이집의 시그니쳐 샤브칼국수를 주문했는데 이러면 무한리필 코너는 이용할 수 없단다.

어차피 양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상관없었다. 일반적인 메뉴를 주문해도 송이버섯 스프는 먹을 수 있고, 계란이나 밥은 양껏 먹을 수 있다. 그 정도면 된다. 샤브 칼국수이기 때문에 일단 야채와 고기가 먼저 나온다. 끓는 육수에서 먼저 야채와 고기를 건져 먹는 것은 일반적인 샤브 샤브 식당이나 큰 차이가 없다. 괜히 양도 많지 않은데 비싼 값을 내면서 무한리필을 강요받느니 이 편이 훨씬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다. 먼저 스프로 에피타이저를 즐기며 앉아 있으면 야채와 고기를 갖다 준다.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샤브 칼국수는 고기를 건져 먹은 뒤에 칼국수 면을 넣고 끓이다가 죽을 만들어 먹고 그래도 부족하면 주먹밥도 만들어 먹는 것이란다.

특이한 점은 칼국수를 주인장이 직접 손으로 잘라 준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손칼국수인 셈이다. 푸짐하게 들어간 야채와 고명들이 식욕을 자극하고 이렇게 물에 데쳐 먹으면 건강에도 좋다니 여러모로 참 좋은 식사자리이다. 이집의 겉절이가 일품인데 배추를 숨죽이지 않고 그냥 양념한 겉절이의 시원하고 매콤한 맛이 아주 좋았다. 자연스럽게 자꾸 손이가는 맛난 겉절이는 그 어떤 요리보다 한국사람에게 꼭 필요한 요긴한 반찬이다. 평소엔 잘 먹지 않는 야채도 이런 자리에선 양껏 먹게 되는 이런 점도 샤브 칼국수의 매력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점심시간인데도 그렇게 손님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상하네 좋은 가격에 맛난 집인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가? 손님 입장에서는 이렇게 적당하게 손님이 있는 집은 쾌적하게 먹을 수 있어 좋기는 하다. 카페처럼 은은한 분위기에서 맛난 샤브 샤브를 먹는다는 것이 무척이나 호젓한 분위기였다. 분명 이런 집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다시 와서 즐거운 회식을 해야 하는 곳이 맞는 것 같다. 냉동고기이지만 소고기도 꽤나 괜찮았다. 얇은 소고기는 마치 차돌박이를 구워먹는 것처럼 고소함이 더 살아 나는 것 같다. 점심만 아니라면 분명 소주 한 병 주문했을 것이다. 적당한 육수와 고기의 맛이 섞이니 잘 만들어진 설렁탕이나 곰탕처럼 밥을 말아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여기 들어간 만두나 오뎅도 맛이 좋았다. 애들처럼 이런 자리에 오면 이런 반찬들을 서로 먹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하트가 들어간 오뎅은 마치 누가 만들어 준 것 같은 모양이다. 야채와 함께 먹으니 이것도 맛이 그만이다. 깊은 맛에 육수가 듬뿍 배인 야채도 맛이 좋았다. 역시 건강한 느낌을 주는 맛이다. 고기와도 잘 어울렸다. 이렇게 야채와 오뎅, 고기만 건져 먹어도 배가 불러왔다. 무한리필 코너를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런데 무한리필 코너 옆을 보니 월남쌈 코너도 있었다. 8천 만 내면 월남쌈도 맘껏 갖다 먹을 수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대망의 칼국수가 나왔다. 보통 샤브 샤브 집에서 주는 칼국수는 별 맛이 없다. 이미 야채와 고기로 배를 채웠기 때문도 있지만 샤브 샤브집의 메인은 아무래도 고기나 야채이기 때문에 칼국수 자체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집은 달랐다. 오히려 칼국수 면이 진심인 집인 것 같았다. 주인장이 직접 만들어 숙성시킨 반죽을 손님이 원하면 그 자리에서 잘라 주는 방식이라 면 자체의 맛이 훌륭했다. 그리고 생면인데도 3분만 끓이면 익는 신기한 면이기도 했다. 보통 생면은 10분은 끓여야 하는 법인데 말이다. 아무튼 배가 부른데도 칼국수 면을 다시 흡입했다. 참 맛나네... 마지막 아이스크림 후식까지 완벽한 한 끼 식사였다.